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강원지역에 최고 3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3일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에서 한 주민이 마을에 들어찬 빗물과 토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장마철은 이례적으로 길어지면서 각종 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초여름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머물던 정체전선(장마전선)은 6월10일 제주에 첫 장맛비를 내려, 1973년 기상청이 정밀한 관측으로 기상 통계를 집계한 이래 2011년에 기록됐던 가장 이른 장마 시작일과 겹쳤다. 2011년에도 6월10일 제주에서 첫 장맛비가 내렸다.
장마가 가장 늦게까지 지속된 때는 1987년으로 중부지방의 경우 8월10일까지, 남부지방은 8월8일까지 장맛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4일 ‘중기예보’(10일 예보)에서 서울·경기와 영서지방의 경우 14일까지도 비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놓아 이 기록도 올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일찍 시작한 제주 장마는 7월28일까지 이어져 가장 긴 장마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장마 기간이 모두 49일로, 1998년 6월12일부터 7월20일까지 기록된 47일을 이틀 넘어섰다.
중부지방도 제주보다 보름 가량 늦은 6월24일에야 장마가 시작했지만 올해 빚어지는 이상 기상현상으로 장마 종료가 8월 중순까지 이어져 ‘가장 긴 장마’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발표된 기상청 중기예보대로라면 중부지방 장마는 14일 52일째를 맞게 돼 2013년 6월17일부터 8월4일까지 이어졌던 49일 장마를 뛰어넘게 된다.
남부지방은 지난달 30일 사실상 장마가 끝난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남부지방의 장마 기간은 37일로 평년(31일)보다는 많지만 ‘가장 긴 장마’ 기록을 깨지는 못한다. 남부지방에서는 2013년 6월18일∼8월2일, 1974년 6월16일∼7월31일의 46일이 가장 긴 장마로 기록돼 있다. 중기예보에는 7∼8일 영호남 모두, 9∼10일에는 호남지방에 비소식이 잡혀 있는데, 기상청은 7∼8일은 기압골 영향으로 비가, 9∼10일에는 대기불안정으로 소나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장마 기간은 장마철이 끝난 뒤 여러 기상 요소들을 정밀 재분석해 결정하기 때문에 만약 10일까지 장마 기간으로 간주되면 남부지방도 48일 장마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금까지 전국 평균 장마철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으로 699.1㎜가 기록됐다. 같은 해 서울에는 1068.4㎜의 비가 와 그해 전체 강수량의 63.5%가 장마철에 집중됐다. 대구도 같은해 587.1㎜의 비가 내려 전체 강수량의 절반 이상(51.9%)이 장마기간에 내렸다.
올해는 서울의 경우 6월24일부터 4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이 559.1㎜로, 2006년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 현재 빚어지는 재난에 비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기상청은 서울·경기와 강원 영서 지역에 6일까지 많게는 50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하고 있어 강수량에서도 또다른 기록이 세워질까 우려된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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