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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온실가스 문제아’ 교토의정서 판깨기?

등록 2006-01-17 19:19수정 2006-01-18 14:32

온실가스로 인한 환경재해를 다룬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온실가스로 인한 환경재해를 다룬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어렵게 가동하기 시작한 교토의정서 체제를 보완하기 위한 협력체인가, 아니면 교토의정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트로이의 목마인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인도, 호주 등 6개 나라가 참여하는 ‘청정개발 및 기후에 관한 아·태 6개국 파트너십(아·태 기후 파트너십)’이 11~12일 호주 시드니에서 첫 각료급 회의를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이 협력체의 정체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아·태 기후 파트너십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은 환경단체들이다. 이들이 아·태 기후 파트너십을 불순하게 보는 것은 이 협력체를 주도하는 국가가 교토의정서 체제 발전의 뒷다리를 잡아온 미국과 호주라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조지 부시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기후변화협약의 대전제인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주장은 철회했으나 여전히 교토의정서에 대한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존 하워드 호주 정부도 자국의 석탄에너지 산업의 이익을 적극 대변하며 교토의정서 체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나라들이 갑자기 교토의정서를 보완하겠다며 새로운 협의틀을 만들자고 나선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미·호주 주도 ‘아·태 기후 파트너십’…
지난 11일 첫 회의 감축 언급 없어
“각자 알아서 기후변화 대응” 선언
환경단체 “교토체제 무력화 기도”

환경운동연합 등 8개 환경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아·태 기후변화 파트너십 각료회의를 비판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8개 환경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아·태 기후변화 파트너십 각료회의를 비판하고 있다.

좀더 실질적인 판단 근거도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협력체가 강조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간 기술 개발과 이전 협력이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 협력체가 청정기술 개발과 이전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시장 차원의 어떤 인센티브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런 점들을 근거로 환경단체들은 “아·태 기후 파트너십에는 온실가스 강제감축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교토의정서를 무력화하려는 음모가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정부를 향해 “미국의 눈치를 보며 교토의정서 체제와 아·태 기후 파트너십에 두 다리를 걸치는 전략을 포기하고, 아·태 기후 파트너십을 탈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아·태 기후 파트너십은 어디까지나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의 틀 안에서 참여국들 사이의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교토의정서의 실질적인 이행을 돕기 위한 협력체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환경부는 우리나라가 이 협력체에 참여한 데 대해 “정부로서는 경제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관련 기술을 개발·확보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세계 환경단체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열린 제1차 아·태 기후 파트너십 각료회의의 결과는 환경단체들의 예상대로였다. 회의는 당장 굴뚝에서 나오고 있는 온실가스의 감축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미래형인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과 참여국가들이 비구속적이고 자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뼈대로 한 헌장과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게다가 폐막성명에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현실과, 원자력이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명문화했다. 교토의정서에서 청정기술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원자력 발전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청정기술로 인정한 것이다.

아·태 기후 파트너십의 출범은 11일 그린피스, 세계야생기금 등 국제적 환경단체들이 공동성명을 내는 등 국제적 환경이슈가 되고 있다. 이 성명에서 국제환경단체들은 “아·태 기후 파트너십에 함여하는 모든 국가들은 교토의정서 체계 안에서 2012년 이후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보다 긍적적인 환경 성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 호주에 대해 “교토의정서를 비준하고 그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라”고 촉구했다.

환경단체들은 아·태 기후 파트너십이라는 새로운 깃발 아래 여섯 나라가 모이게 된 밑바탕에는 결국 자국의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온실가스 강제 감축을 피하거나 늦춰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이 점은 실제 아·태 기후 파트너십을 주도한 미국 국무부 관리도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4월 호주 캔버라에서 ‘포스트 교토의정서’을 주제로 열린 국제 세미나에서 할렌 왓슨 미국 국무부 기후변화협약 협상 수석대표가 “교토의정서는 세계적 경제발전을 생각하지 않고 있어, 이런 식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면 개도국은 물론 미국 경제도 후퇴하게 된다.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의 1차 의무감축기간이 끝나는) 2013년이면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은 “아·태 기후 파트너십에 참여한 6개 나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8%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가 아·태 기후 파트너십을 근거지로 온실가스 강제감축 의무를 지지 않으려는 시도를 계속할 경우 교토의정서 체제는 결국 무력하게 돼, 세계는 기후 재앙의 길로 달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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