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서부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들이 최근 10년 동안 해외사업에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손실의 절반 이상이 최대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지목돼 국제사회에서 퇴출 압력이 높아지는 석탄사업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한전 해외사업 방향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지난 10년간 해외의 자원과 발전 분야에 투자한 4조7830억원 가운데 1조2184억원이 ‘손상차손’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손상차손은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유·무형 자산의 장부금액과 회수가 가능하다고 평가된 금액 간의 차액으로, 일종의 ‘미실현 손실’에 해당한다. 한전은 같은 기간 해외법인에서 1조26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는데, 이런 수익을 고려해도 1919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특히 전체 손상차손 가운데 절반 이상인 6248억원이 석탄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 중 4652억원은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바이롱 광산 투자사업과 관련해 발생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광산 개발을 불허한 탓이었다. 광산 개발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 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여전한 문제와, 장기적인 환경, 농업 비용 등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불허 이유를 밝혔다. 한전의 손상차손은 또 인도네시아 바얀사 유연탄 개발 사업에서도 1490억원이 발생했는데, 역시 산림훼손 허가를 받아내는 등의 환경 문제 때문이었다.
이 밖에 필리핀 말라야 중유화력발전소 사업 투자액 3985억원 가운데 2584억원, 니제르
이모라렝 우라늄 광산 개발 사업 투자액 1730억원 가운데 810억원이 각각 손상차손 처리됐다. 한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말라야 중유발전소 사업의 손상차손은 사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회계처리 방법이 바뀐 데 따른 것이고, 바이롱 광산 투자의 손상차손도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사업의 경우 상황에 따라 손실이 복구될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지난 10년간 한전과 발전사들의 해외투자에서 그런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이 의원은 “세계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강화되면서 석탄화력발전은 갈수록 경제성을 잃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손실을 볼 것으로 평가된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며 “베트남이 최근 석탄발전을 축소하는 에너지정책까지 발표해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만큼, 사업 참여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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