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확신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에 도달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여러 주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국이 ‘기후 방화범’에서 ‘기후대응 주도국’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가속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이 그동안 유세 과정과 내놓은 공약을 통해 미국을 먼저 기후변화 대응의 모범국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날 변화는 미국이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 체제로 복귀하는 것이다. 2016년부터 발효된 파리협정은 가입국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아래로 억제하고,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당시 이 협정 타결에 주도적 역할을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다섯달 만에 탈퇴를 선언하고 지난해부터 탈퇴 절차를 밟아 4일자로 공식 탈퇴 처리된 상태다.
바이든은 4일(현지시각) “정확히 77일 뒤,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협정에 다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공식적으로 이 협약에서 탈퇴했다고 보도한 언론 보도를 인용한 트윗글을 통해서다. “당선되면 임기를 시작하는 첫 날 파리협정 복귀를 선언하겠다”고 했던 본인의 선거공약을 당선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첫 대외 메시지로 재확인한 셈이다.
그가 말한 ‘77일’은 미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1월20일까지 남은 시간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시 미국의 파리협정 가입은 의회 비준이 아닌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이뤄졌다. 이런 전례를 따라 바이든이 77일 뒤 재가입 행정명령을 내린 뒤 미국 국무부가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재가입 서류를 제출하면 다시 30일 뒤 파리협정에 공식 복귀하게 된다.
바이든은 선거 중 파리협정에 단지 복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교는 물론 무역·안보전략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화하도록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으로는 오바마 정권 때 했던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정 지원 약속을 이행하고, 임기 첫해에 미국 내에서 화석연료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없애 청정에너지 기반 투자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미국이 먼저 이런 모범을 보이는 것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화석연료 보조금 금지를 끌어내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함께 “미국을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이 되는 ‘넷-제로’ 국가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미국이 중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량 2위 국가임을 고려할 때 특히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은 또 미 국내 기업들에 먼저 탄소 배출 비용을 모두 감당하도록 만들면서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한 나라에서 수입되는 탄소집약적 상품에 탄소 조정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탄소 조정세 부과는 화석연료 보조금 금지 등과 함께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떠오르며 중국과 한국 등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바이든 당선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미국의 잃어버린 4년을 회복하고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이어져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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