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 “개표 중단하라”는 트럼프에 “진정해요 도널드”

그레타 툰베리의 트위터 계정 자기소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분노조절 문제를 해결하라”며 한 해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은 트윗글을 그대로 되돌려 줬다.

툰베리는 5일(스톡홀름 현지시각) 밤 자신의 트위터에 “참 웃긴다. 도널드는 자신의 분노조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곤 친구와 좋은 고전영화를 보러가라!”며 “진정해요 도널드, 진정”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보다 5시간 전 트위터에 “개표를 중단하라!(STOP THE COUNT!)”라고 쓴 것을 인용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5일(스톡홀름 현지시각) 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년 전 툰베리를 두고 트위터에 남긴 글을 주어만 바꿔 그대로 갚아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그레타 툰베리가 미국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을 두고 “(타임지의 선정이) 참 웃긴다. 그레타는 자신의 분노조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곤 친구와 좋은 고전영화를 보러 가라”고 썼다. 그러자 툰베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 자기소개 내용을 “자신의 분노조절 문제에 애쓰는 10대 청소년. 현재 진정하고 친구와 좋은 옛날 영화를 보고 있음”이라 바꿔 트럼프의 비난에 응수하기도 했다.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9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뉴욕 유엔본부로 들어서며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두 사람은 지난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당시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쏘아보는 툰베리의 모습이 전 세계에 전파되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환기하기도 했다. 툰베리는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기후적 관점에서 충분하지 않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지지글을 올리며 바이든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선 미국 대선을 두고 “(일국의) 정치를 넘어선 사안”이라며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 (새 대통령은) 과학을 근거로 기후변화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툰베리는 현재 트위터 자기소개에 “아스퍼거 장애(자폐증과 비슷한 발달장애)를 지닌 기후환경운동가. 375ppm이던 때 태어남”이라고 쓰고 있다. 툰베리가 태어난 2003년 375ppm(백만분율)이었던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410ppm가량을 기록 중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500ppm 수준에서 억제하지 않으면 해수면 상승과 각종 이상기후 현상을 겪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박기용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