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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보수언론의 합창… 친원전 기사가 날아든다

등록 2020-12-18 15:23수정 2020-12-18 16:40

MB때는 전기료-연료비 연동 찬성하던 보수언론…이번엔 “탈원전 청구서” 합창
<조선일보><중앙일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에
“요금 인상으로 탈원전 부담 국민 떠넘기기” 주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전기료 현실화” 적극 지지

조선일보 사옥. 한겨레자료사진
조선일보 사옥. 한겨레자료사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에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전기요금제 개편안을 지난 17일 확정했다. 국제 유가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도 오르고 내리는 구조다. 급격한 요금 변동을 막기 위해 연료비 연동폭을 1kWh 당 3원(최대 5원)으로 책정했다. 기존에 월 5만5천원(350kWh)을 전기요금으로 내던 4인 가구는 국제 유가 등 연료비가 급격히 상승해도 최대 1750원만 더 내면 되는 구조다. 환경단체 등에선 “연동폭이 좁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는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해 시행 직전까지 갔었다. 당시 논의됐던 연료비 연동폭은 4인 가구 기준 월 최대 1만원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도 2013년 추진했지만 결국 시행하지 못 했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개편 소식을 전하는 보수언론의 논조는 ‘기승전-탈원전’이다.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기기 위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게 됐다는 식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럼 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추진했을까. 그 답은 당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적극 지지했던 보수언론이 일찌감치 써놓았다.

<조선일보> ‘안 하면 큰 탈 난다’ → “탈원전 청구서” 둔갑

<조선일보>는 12월18일치 1면에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 등을 두고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썼다.

내년부터 1·2인 가구의 전기 요금이 오른다. 또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전기 요금도 오르는 새로운 전기 요금 체계가 도입된다. 발전 원가가 싼 원자력을 값비싼 LNG나 태양광 발전 등으로 대체하는 비용을 각 가정과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에 대한 <조선일보> 논조는 이명박 정부 때는 판이하게 달랐다. 2009년 6월에 쓴 기사에선 “원가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전기 과소비를 막는 긍정적 제도로 연료비 연동제가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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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기업이고 가정이고 펑펑 쓰는 전기가 지나치게 싼 요금 때문이라는 기획기사 등을 내보냈다. “에어컨 틀고 긴소매 입는 한국…1인당 에너지 일본보다 30% 더 쓴다”(2009년 6월27일)는 것이다.

사설을 통해서도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기 과소비 체질 이대로 두면 큰 탈 부른다’는 사설(2012년 6월11일)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전력 소비는 80%나 늘어났다. 국제 유가가 3배 오르는 사이 전기 요금은 15%밖에 오르지 않아 불요불급한 전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전기 요금을 두 차례 올렸지만 전력 요금은 아직도 원가의 90%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절전 운동만으로 수요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기 요금을 전력 생산에 드는 연료비에 연동시키거나, 계절별·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절전형 산업 구조 개편의 시동이 걸리고, 국민의 ‘전기 아껴 쓰기’ 습관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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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입장만 180도 바뀐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쓴 ‘1·2인 가구 덮친 탈원전 부메랑’ 기사에 등장한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를 보자.

<조선일보>는 가구에 월 최고 4000원까지 할인해주던 이 제도가 2022년 전면 폐지되면 991만가구가 받던 연간 4082억원 할인 혜택이 사라진다고 했다.

불과 1년6개월 전인 2019년 5월 <조선일보> 산업부 데스크는 칼럼(‘여름 앞두고 진땀 나는 한전’)에서 이렇게 썼다.

필수 사용 공제도 누진제만큼 우리 사회의 바뀐 구조와 맞지 않는 전기 요금제 가운데 하나다. 전기 사용이 적은 가구에 월 최고 4000원 전기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취약 가구 지원 대책이지만 1인 가구 등이 늘어나면서 애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 가구까지 혜택받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연봉 2억원이 넘는 김종갑 한전 사장조차 ‘나도 혜택을 받는다’고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다. 이 제도에 따른 한 해 감면액은 3964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제도를 폐지하자니 그동안 혜택을 받아온 958만 가구의 반발이 걱정이다… 한전은 적자가 쌓여도 옴짝달싹 못 하는 처지다… 애꿎은 기업들만 또 희생양이 될까 걱정이다.

같은 제도라도 기업 입장에서 쓰면 폐지해야 할 제도이고, 친원전 입장에서 쓰면 ‘탈원전 고지서’로 둔갑하는 셈이다.

<중앙일보> ‘연료비 연동제 옳다’ → “탈원전 고지서” 둔갑

<조선일보>가 이번 전기요금 개편을 “탈원전 청구서”라고 썼다면 <중앙일보>는 “탈원전 고지서”라고 썼다.

<중앙일보>의 논조 변화 역시 현기증이 날 정도다. 아래 두 기사를 보자.

앞은 2020년 12월18일, 아래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8월22일 기사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는 “값싼 전기료 시대를 끝내는” 긍정적 정책으로 소개한 반면, 이번에는 “탈원전 비용”으로 둔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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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앞서 이명박 정부 때 쓴 사설(2009년 6월8일 ‘유가연동, 에너지 절약 경제구조 계기 돼야’)은 아예 “연료비 연동 대책은 옳다”며 적극 지지했다.

한국의 전력 요금은 일본의 60~70%,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따라서 전력과 가스 요금을 어느 정도 올릴 필요는 있고, 이런 점에서 전기와 가스 요금을 유가 등 연료비에 연동시키겠다는 이번 대책은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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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2013년 기사에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적극 지지하며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결정해야 한다”고 썼다. ‘값싼 전기료 시대는 끝난다’며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등을 통한 ‘전기요금 현실화’를 강조하던 <중앙일보>의 논조는, 이번 정부 들어 “전기요금 인상 밀어붙인다”로 갑자기 바뀐다.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를 말하던 <중앙일보>가 정작 본인들은 ‘정치 논리’ ‘진영 논리’에 입각해 논조를 바꾼 것이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그간 전기요금을 결정해 온 건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였다. 수급이나 원가보다 당시의 경제 정책 방향, 정치적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당정이 도입하기로 한 연료비 연동제가 그렇다. 이미 2011년 7월 시행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져 정치권 반발이 심해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광수 전력정책연구실장은 “누진제 완화와 연료비 연동제 도입은 그간 왜곡됐던 전기요금 구조를 교정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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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앙일보>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부담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언제든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연동해 오르는 구조다. 정부는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 요금 변동에 상·하한 제한을 둔다는 방침이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국민의 추가 부담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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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 ‘기승전탈원전’이라는 정치 논리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연료비 연동제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면, 탈원전을 추진하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왜 연료비 연동제를 추진했을까.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2월25일, 4월2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기사와 사설로 열심히 썼던 바로 그 내용이다.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

전기도 한전이 올해 2조 8000억, 지난해 3조 원 적자가 발생했다 그러네요. 그런데 이렇게 경영이 악화되고 부채 비율이 증가함으로 인해서 신인도가 하락하고 자금조달비용이 지금 증가하고 있다, 또 특히 무디스에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이런 예고 나오신 것도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예, 지적하신 것처럼 전기요금이 너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지금 짜여졌기 때문에 에너지원 간 소비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 또 에너지 가격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 필요성, 이런 것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고….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고강도의 자구노력 추진에 대하여 보고드리겠습니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상당한 경영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어 고강도의 자구노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행 요금 체계의 문제점으로 인한 에너지 사용 왜곡 현상과 경영 적자를 해소하고자 점진적으로 원가 기반의 요금 체계로 개편함으로써 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에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신속한 가격 시그널을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도 추진하겠습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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