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중인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는 독도의 바다사자에 비해 몸집이 다소 작은 편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제공
100년전엔 수천마리
“아윽 아윽 아윽”
“아윽 아윽 아윽”
1974년 일 북해도에서 마지막 기록
일본의 남획으로 절멸된 것으로 알려진 독도의 바다사자를 되살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24일 “이달 초 국립환경과학원에 독도의 바다사자 복원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한 뒤, 가능하면 향후 복원 추진방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1974년 일본 북해도에서 1마리가 생포된 것을 마지막으로 3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쪽 바다에서도 전혀 확인된 기록이 없는 바다사자. 그들의 커다란 몸집(수컷 성체 평균길이 2.4m·무게 490㎏)과 ‘아윽 아윽’하는 울음소리를 동해의 독도에서 다시 보고 들을 수 있을 것인가?
● 독도의 옛 주인은 바다사자= 독도의 바다사자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뜬금 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것은 없고,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극소수 노인들을 기억 속에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작은 소만한 ‘가재’들이 많았어. 식량 조달이 잘 안되면 총을 놓아 잡아서 삶아 먹기도 했는데, 맛이 꼭 개고기 맛이었지. 서도 앞에 ‘가재바위’라고 부르는 바위가 있는데, 거기에 어린 새끼들까지 포함해서 20~30마리씩 떼를 지어 올라와 있었어.”
독도의용수비대의 증언 “작은 소만했어”
1950년대 중반 독도의용수비대원으로 활동했던 최부업(76·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씨가 말하는 ‘가재’가 바로 울릉도와 동해안 어민들이 ‘강치’라고도 부르는 바다사자다. 당시 카메라가 귀해 독도수비대원들이 바다사자의 모습이나 자신들이 바다사자를 잡아 먹는 모습을 기록한 사진은 없다. 하지만 최씨와 마찬가지로 독도수비대원이었던 이규현(82·경북 울릉군 도동3동)씨는 “동료들과 가재를 잡아 먹은 뒤 기념물이 될까봐 하나 뽑아 놓았다”는 엄지손가락만한 가재 어금니 하나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국내에서 독도의 바다사자와 관련된 자료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반면, 일본 쪽에는 10여년전 생생한 자료 하나가 발견됐다. 돗토리대 의학부의 한 교수가 시마네현의 한 자료창고에서 일본 어부들이 독도에서 고기와 기름을 얻으려고 바다사자를 잡는 장면이 기록된 영상물을 찾아낸 것이다. 60여년전 아사히신문이 촬영한 것이었다. 이 영상물에서 뽑아낸 사진은 일본 동해대출판부가 1994년 펴낸 <일본의 포유류>에 실려 있다. 일본회사, 1905~12년 1만4천마리나 남획
일본의 한 학술발표회에서 독도의 바다사자 영상물을 본 뒤로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온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센터 한상훈 박사는 “일본 자료를 보면 독도는 단순히 바다사자가 살았던 섬이 아니라 바다사자의 최대 번식지였음을 알 수 있다”며 “일본의 다케시마어렵회사가 1905년부터 8년 동안 독도에서 암수와 나이를 가리지 않고 1만4000여 마리나 집중 포획하면서 바다사자가 절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 “조급함 버리고 여유있는 접근을”= 종 복원과 포유동물 전문가들은 러시아나 베링해 등에서 독도 바다사자와 혈연적으로 가까운 개체군을 찾아내 독도에 이식할 경우 성공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이들이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무엇보다 독도에서 바다사자가 멸종한 원인이 생태계 변화나 오염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인간의 남획이기 때문이다.
“독도에서 새끼를 낳게 되면…”
환경부는 이미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종 복원사업을 전국 16개 국립공원과 비무장지대(DMZ)의 멸종위기종 60여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독도 바다사자를 복원대상에 올리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학자 출신으로 지난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독도의 슬픈 강치(바다사자) 이야기를 아느냐”며 바다사자 복원을 제안했던 제종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과거 일본의 남획으로 멸종된 독도의 바다사자를 복원하는 것은 상징성과 국민적 관심, 인간과의 충돌 가능성, 기존 생태계 적합성, 생태관광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국립공원 등 다른 지역의 다른 멸종위기종 복원보다 조건도 좋아 우선 추진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상훈 박사는 “철저한 사전조사를 한 뒤 러시아나 베링해 등에서 혈연적으로 가까운 개체군을 찾아내 도입하는 것이 방법”이라며 “새끼를 밴 어미를 골라 도입하는 방안 등 도입 개체군의 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화천 한국수달연구센터의 한성용 소장은 “독도라는 환경은 열린 공간이어서 도입한 바다사자 개체들이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만약 이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을 정부와 국민이 복원사업의 실패로 본다면 복원은 이뤄지기 힘들다”며 “독도 바다사자 복원사업을 시작하려면 목표를 반드시 독도만이 아니라 동해안 전역에 바다사자를 살게 하겠다는데다 두고 여유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독도의 모습. 왼쪽 섬이 서도, 오른쪽 섬이 경찰 경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동도다. 한겨레 자료사진
1950년대 중반 독도의용수비대원으로 활동했던 최부업(76·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씨가 말하는 ‘가재’가 바로 울릉도와 동해안 어민들이 ‘강치’라고도 부르는 바다사자다. 당시 카메라가 귀해 독도수비대원들이 바다사자의 모습이나 자신들이 바다사자를 잡아 먹는 모습을 기록한 사진은 없다. 하지만 최씨와 마찬가지로 독도수비대원이었던 이규현(82·경북 울릉군 도동3동)씨는 “동료들과 가재를 잡아 먹은 뒤 기념물이 될까봐 하나 뽑아 놓았다”는 엄지손가락만한 가재 어금니 하나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국내에서 독도의 바다사자와 관련된 자료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반면, 일본 쪽에는 10여년전 생생한 자료 하나가 발견됐다. 돗토리대 의학부의 한 교수가 시마네현의 한 자료창고에서 일본 어부들이 독도에서 고기와 기름을 얻으려고 바다사자를 잡는 장면이 기록된 영상물을 찾아낸 것이다. 60여년전 아사히신문이 촬영한 것이었다. 이 영상물에서 뽑아낸 사진은 일본 동해대출판부가 1994년 펴낸 <일본의 포유류>에 실려 있다. 일본회사, 1905~12년 1만4천마리나 남획
일본 동해대출판부에서 1994년 펴낸 <일본의 포유류> 141쪽. 실린 사진 속의 배경은 모두 60여년 전의 독도다. 맨 위 사진은 독도의 가재바위에서 휴식중인 바다사자들, 가운데는 일본인들이 독도에서 바다사자를 잡는 모습, 맨 아래쪽 사진은 일본인들이 바다사자 새끼들을 모아놓고 살펴보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한상훈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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