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윤순영 이사장이 촬영한 솔개. 윤순영 작가 제공
“부산시·거제시 인근이 국내 유일한
솔개 번식지는 아님.”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확정된 가덕도에 솔개 등 멸종위기 조류가 서식한다는 환경부 조사보고서 내용에 대해 환경부 스스로가 밝힌 입장이다. 멸종위기종 보호와 관리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입장이 아닌 신공항을 추진하는 쪽 주장이라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환경단체 쪽에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던 한정애 환경부 장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환경부는 19일 신공항이 들어서는 가덕도에 멸종위기 조류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이날치 <국민일보>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냈다.
환경부는 자료에서 “서식이 확인된 법정 보호대상 조류는 매, 솔개,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 6종과 두견이 등 천연기념물 1종”이라며 가덕도 일대 생태적 가치를 인정했다. 다만 덧붙인 설명에서 “부산시·거제시 인근이 국내 유일한 솔개 번식지는 아니”라며 다른 서식지로 부산, 울산, 인천, 전남, 충남, 경북, 경남 등을 거론했다. ‘향후 가덕도 주변에 서식하는 솔개 등 보호를 위한 대책 검토’ 같은 주무부처의 적극적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연합뉴스
환경부의 이러한 해명을 두고 4대강 사업 등 정부 주도 대규모 토목사업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는 비판이 환경단체에서 나온다. 특히 지난해 11월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직접 발의했던 한정애 장관 눈치를 본 해명이 아니냐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한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에 입각해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
환경부 담당자는 20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다른 지역에도 솔개가 서식한다고 적은 것은 ‘가덕도 일대가 솔개의 유일한 서식지’라는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알리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가덕도 일대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신공항 부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솔개 등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 신공항 계획이 나오면 법으로 정해진 환경영향평가,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명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신공항이 가덕도 어느 위치에 건설되더라도 생태훼손은 불가피하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및 천연기념물 분포 지역이 쓸모 없어지는 셈이다. 주무부처로서 대책 수립이 강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같은 단체 이성근 자연생태위원회 생태위원은 “가덕도 부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대책을 논하기 어렵다는 것은 환경부가 취할 입장이 아니다.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한 장관이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원칙들을 지킬지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쪽은 조류 서식지와 이동경로를 볼 때 신공항 건설 뒤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안전문제도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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