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30일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기후위기비상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한국 최초로 열리는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인 ‘피포지(P4G) 서울 정상회의’ 첫날, 기후·환경단체들이 회의 장소인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으로 총집결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공허한 말뿐인 국제회의가 아닌 과감한 기후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30일 피포지 정상회의가 열리는 디디피 인근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 행동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전국농민총연맹, 민주노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별위원회 등 기후·환경·노동 분야를 아우르는 단체들이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현재까지 디디피 건물 입구와 맞은편 쇼핑센터 인근에서 산발적으로 집회와 행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투자 중단, 정의로운 전환 실시, 신공항 건설 중단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는 국내 최대 기후·환경운동단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 모여 “녹색 성장은 경제성장의 다른 이름인데,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경제성장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이번 정상회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주최 쪽 추산 200여명(경찰 추산 약 150명) 참가자들은 피포지 정상회의가 ‘가짜 녹색’임을 알리고 “행동하는 시민이 진짜 녹색”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녹색 깃발을 들거나 녹색 천을 목 또는 손목에 둘렀다.
이들은 피포지 정상회의가 공허한 국제회의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은정 강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수소차를 운전하는 대통령과 탄소 포집 기술 개발을 소개하는 뉴스로 (피포지 정상회의가) 기후위기 본질보다는 ‘녹색’을 입은 기업박람회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활동가는 “정부는 녹색 성장이라는 말을 내세우지만 ‘그린워싱’일 뿐이다. 기만적인 행사 말고 파리 협정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이행하고 토건 사업을 멈출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제행사를 개최하기보다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전환 과정에서 국민이 겪어야 할 어려움을 정직하게 말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오후 1시30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들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노동계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등 10여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 디디피 알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 전환 대상에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을 위해 고용 안정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녹색으로 치장한 공허한 말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며 “에너지 전환 현장에서 일하는 시민에 대한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문 대통령은 발전소 폐쇄에 따라 노동자가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29일 출범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서는 발전소 폐쇄에 직면한 노동 관련 분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30일 오전 11시 미래경영청년네트워크 소속 청년과 청소년들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맞은편 두산타워 앞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청소년과 청년들도 기후위기 상황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의 미온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청년 엔지오(NGO)인 미래경영청년네트워크 소속 청년과 청소년 13명은 이날 오전 11시 디디피 맞은편 두산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 소속 고등학생 정진호(18)씨는 “많은 나라들이 국제 협약을 지키지 않고 기후위기의 대안도 경제성장의 관점에 치우쳐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는 어른들이 정책을 만들고 시스템을 바꿀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우리의 시위가 사회에 울림이 되어 변화의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채은(23) 미래경영청년네트워크 대표는 “기후위기를 일으키고 우리 이익만을 추구하는 무분별한 발전을 멈춰야 한다”며 “미래 세대는 경제적 성장만을 위하는 나라의 국민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제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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