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 끝을 뭉치게 하여 곤충을 타격하는 물총고기
필리핀이나 호주 등 동남아 홍수림에는 물 밖 나뭇잎 등에 붙은 곤충에게 물을 쏘아 잡는 특이한 물고기가 산다. 길이 5~10㎝의 작은 담수어인 이들은 물 밖 2m까지 떨어진 식물에 붙어있는 메뚜기, 거미, 나비 등에 입으로 강한 물줄기를 쏘아 정확히 잡아내 물총고기란 이름을 얻었다.
이들의 기발한 사냥법이 처음 발견된 것은 1764년이었지만 어떻게 명사수처럼 물을 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다. 습지에 사는 곤충은 물에 떨어지는 것이 치명적이어서 자기 몸무게보다 10배쯤 강한 힘으로 식물을 꽉 붙들고 있다. 물 표면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는 건 물론이다.
그런데도 강력한 물줄기를 쏘아 곤충을 잡는 물총고기에 대해 정밀한 해부와 근육의 생리학적 조사를 했지만 비밀은 풀리지 않았다.
최근 밀라노 대학의 연구진은 고속 비디오 촬영과 수력학적 분석을 통해 물총고기 사냥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낸 논문에서 입에서 발사한 물줄기가 목표에 다가갈수록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형태도 물방울처럼 바뀐다고 밝혔다. 게다가 근육보다 6배나 증폭된 힘을 내는 비결은 특별한 물고기 내부 기관이 아니라 잉크제트 프린터에서 쓰이는 물방울의 수력학적 속성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과학자들은 물총고기가 멀리 떨어진 곤충을 잡는 전문가인 카멜레온의 방법을 채용했을 것으로 보았다. 카멜레온은 근육 에너지를 콜라겐 섬유 속에 축적시켰다가 마치 용수철을 눌렀다 놓을 때처럼 혀를 고속으로 목표물을 향해 발사한다.
그러나 물총고기에는 이런 기관이 없다. 이 물고기의 입에는 홈이 나 있는데 혀로 누르면 탄창 모양의 공간이 생긴다. 아가미를 닫고 물을 강하게 내뿜으면 제트류가 생기는 얼개이다.
먹이를 본 고기는 물줄기를 쏘는데, 처음에 초속 2미터의 느린 속도이던 물줄기는 차츰 가속돼 초속 4미터로 속도가 높아진다. 이때 물고기는 물줄기의 꼬리가 머리보다 속도가 빠르도록 조절한다. 이렇게 하면 물줄기는 머리 부분의 부피가 증가해 커다란 물방울처럼 모양이 바뀌고 이것이 목표물을 강한 충격량으로 때리는 것이다.
연구진은 물줄기가 나아가는 동안 중력의 영향은 목표지점에서 0.5㎜ 이내여서 목표물에 거의 직선으로 도달해 적중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목표물을 타격하는 물방울의 힘은 ㎏당 3000와트로 근육이 내는 힘 500와트의 6배에 이르렀다. 이 정도의 충격량이면 나뭇잎을 붙드는 곤충의 힘보다 5배 이상 강하다.
연구진은 “물총고기는 카멜레온과 같은 고도로 전문화한 내부 기관을 갖추는 진화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정확한 곤충사냥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이 물고기는 양궁 선수가 활을 당겨 근육의 힘을 증폭시키듯이 물의 표면장력과 관성의 균형을 교묘하게 이뤄 같은 효과를 낸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물고기의 학명은 ‘궁수’란 뜻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ailati A, Zinnato L, Cerbino R (2012) How Archer Fish Achieve a Powerful Impact: Hydrodynamic Instability of a Pulsed Jet in Toxotes jaculatrix. PLoS ONE 7(10): e47867. doi:10.1371/journal.pone.004786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물줄기 가속 단계(A~C), 물방울 형태로 변환(D~E), 목표물 적중(F). 그림=알베르토 바일라티
물총고기는 입을 교묘하게 조절해 물줄기의 파괴력을 높인다. 사진=오픈 케이지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ailati A, Zinnato L, Cerbino R (2012) How Archer Fish Achieve a Powerful Impact: Hydrodynamic Instability of a Pulsed Jet in Toxotes jaculatrix. PLoS ONE 7(10): e47867. doi:10.1371/journal.pone.004786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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