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사이에서 먹이를 쪼는 흑두루미 새끼. 재두루미와 똑같이 행동한다.
‘피부색’은 달라도 우린 한 가족…아무르강서 월동길에 가족과 헤어진 어린 흑두루미
따뜻하게 받아준 재두루미, 먹이도 함께 먹고 잠자리에 데려가 한 식구처럼 생활 아침 7시20분 경기도 김포 홍도평을 향해 재두루미 무리가 어김없이 날아든다. 홍도평이 과거처럼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기엔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이들은 홍도평과 오랜 약속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늘 그렇듯이 황오리는 재두루미가 자리를 잡으면 약 30분 뒤 어김없이 그곳으로 찾아든다. 이것은 먹이를 쉽게 얻기 위한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황오리는 주둥이가 짧아 벼이삭을 헤치기가 힘들다. 하지만 재두루미가 긴 부리로 볏짚을 헤집어 주면 쉽게 낱알을 주워먹을 수 있는 것이다.
대신 황오리는 재두루미의 경계를 서 주는 것처럼 보인다. 위험에 놓이면 황오리는 언제나 재두루미보다 먼저 날아오른다. 아무런 말도 주고받지 않지만 둘 사이엔 서로 돕는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지난 11월2일 2개체의 재두루미가 관찰되기 시작하면서 15일에는 15개체로 늘어났다.
이번 재두루미 무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어린 흑두루미 한 마리가 끼어 있다는 점이다. 흑두루미는 재두루미와 똑같이 먹이를 먹고 잠자리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는 홍도평으로 날아왔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엄연히 다른 종이다. 하지만 재두루미 어미는 어린 흑두루미를 쪼거나 내쫓지 않고 자기 새끼처럼 돌보고 있었다. 마치 입양한 것 같았다. 사실 2001년에도 홍도평에 흑두루미 유조가 재두루미 틈에 끼어 월동한 적이 있다. 이런 입양이 드물지만 종종 일어나는 모양이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극동 러시아의 아무르강 습지에서 내려온 것들이다. 아마도 월동을 하러 내려오다 악천후나 맹금류를 만나 무리가 피하다가 어린 흑두루미는 가족을 잃었을 것이다. 대신 재두루미를 따라 나섰는데 따뜻하게 받아준 것이다. 이처럼 한 번 입양된 개체는 이듬해에도 자기 무리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찾아오는 예가 많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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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받아준 재두루미, 먹이도 함께 먹고 잠자리에 데려가 한 식구처럼 생활 아침 7시20분 경기도 김포 홍도평을 향해 재두루미 무리가 어김없이 날아든다. 홍도평이 과거처럼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기엔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이들은 홍도평과 오랜 약속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장항습지의 잠자리에서 일어나 홍도평으로 향하는 재두루미들.
홍도평에 도착하는 재두루미.
재두루미가 않아있는 곳엔 황오리 떼가 찾아온다.
재두루미 무리에 섞인 어린 흑두루미. '입양'된 개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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