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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물바람숲

‘황소개구리 먹성’ 앞에서는 전갈 독침도…

등록 2013-03-22 15:41수정 2013-03-22 16:03

빠른 적응력과 높은 번식률, 포식성으로 세계적인 외래종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황소개구리.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빠른 적응력과 높은 번식률, 포식성으로 세계적인 외래종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황소개구리.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말벌, 큰가시고기, 독성 영원 등 개의치 않고 먹어
캐나다서 5만여 마리 위장 내용물 조사 결과…곤충 가장 많지만 들쥐, 거북, 새, 뱀도 '꿀꺽'

■ 한겨레 <물바람숲> 바로가기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황소개구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로 악명 높은 외래종이다. 하지만 북미에서도 자생지인 미국·캐나다의 동부와 남부를 뺀 나머지 지역에서는 마찬가지로 생태계 교란의 원흉이기도 하다.

캐나다 태평양 해안에 있는 뱅쿠버 섬에도 1980년대 이 개구리가 도입돼 번져나가 큰 사회문제가 됐다. 2006년부터 황소개구리 퇴치 사업이 시작됐는데, 이 섬 60개 지점에서 황소개구리 5075마리의 위장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조사 범위와 기간, 대상의 수에서 이제까지 황소개구리 식성을 조사한 것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조사결과는 입으로 삼킬 수 있는 대상이라면 동족을 포함해 무엇이든 잡아먹는 포식성을 확인시켜 준다. 물고기, 개구리, 도롱뇽을 비롯해 뱀, 도마뱀, 거북, 새, 들쥐 등이 식단에 올라있다.

황소개구리 식성의 장기간 조사 지점.(세모 표시). 그림=케빈 얀코스키 외, <네오바이오타>
황소개구리 식성의 장기간 조사 지점.(세모 표시). 그림=케빈 얀코스키 외, <네오바이오타>

특히 포식자에 대한 방어수단을 완벽하게 갖춘 동물도 여지없이 먹이가 되고 있다. 독성이 있는 양서류인 영원이 위장 속에서 발견됐고, 적어도 10마리 이상의 말벌을 잡아먹은 황소개구리도 35마리에 이르렀다. 말벌을 여러마리 먹었다는 건, 독침에 찔리더라도 개의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또 큰가시고기는 먹이가 된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많았는데 등에 동아있는 날카로운 가시가 황소개구리의 식욕을 떨어뜨리지 못했다. 어느 황소개구리의 뱃속에는 큰가시고기가 5마리나 들어있었다.

사실 황소개구리가 다양한 방어수단을 무력화시키는 더 극단적인 예는 다른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는데, 미국 콜로라도 강에서 전갈과 방울뱀을 먹어치운 예가 있다.

 

다 자란 황소개구리. 다리까지 합치면 길이 40㎝, 무게 900g에 이르기도 한다. 사진=스탠 오처드
다 자란 황소개구리. 다리까지 합치면 길이 40㎝, 무게 900g에 이르기도 한다. 사진=스탠 오처드

황소개구리도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올챙이나 어릴 때 황소개구리는 잠자리 애벌레, 물장군, 물방개, 물뱀, 새의 먹잇감이다. 하지만 이들 포식자들은 모두 황소개구리의 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 가지 종류의 물뱀 11마리 가 황소개구리의 뱃속에서 발견됐다.

황소개구리는 동족끼리 잘 잡아먹는 것(공식)으로도 악명이 높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공식의 비중은 먹이의 0.43%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형 황소개구리의 공식 비중은 7.8%로 높아졌다. 연구자는 “다른 소규모 조사에서 공식 비율이 40%를 웃도는 예가 여럿 있는데, 쉽게 잡아먹을 대상이 없을 때 공식의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먹이 부족한 곳에서 황소개구리의 증가를 막는 건 그 자신일 수 있다는 얘기다.

황소개구리 위장에서 나온 죽은 새. 사진=스탠 오처드
황소개구리 위장에서 나온 죽은 새. 사진=스탠 오처드

위장에서 식별이 가능한 먹이 가운데 수효가 가장 많은 건 곤충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이어 척추동물 13%, 거미류 4.6%, 가재 4.1%, 다슬기 종류 3.4% 순이었다. 곤충 가운데는 잠자리와 실잠자리가 가장 많았고, 이른 봄에 소금쟁이를 주로 먹는다면 늦여름엔 말벌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소개구리는 주로 물속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 땃쥐, 들쥐, 도마뱀 등 육상 척추동물도 발견돼 육상에서도 이동하면서 사냥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황소개구리가 잡아먹은 멸종위기의 토종 거북 새끼들. 사진=스탠 오처드
황소개구리가 잡아먹은 멸종위기의 토종 거북 새끼들. 사진=스탠 오처드

한편, 연구자가 황소개구리를 잡아 위 내용물을 분석한 방법은 전기 충격기를 이용해 포획한 뒤 2도의 찬물에 담가 마비시킨 뒤 이틀간 급속 냉각하고, 이를 녹여 위장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해로운 외래종이지만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도록 배려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권장하는 황소개구리 처분 방법은 이와 사뭇 달라 동물복지 논란의 소지가 커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황소개구리 성체나 올챙이를 채집했을 때의 처분 방법으로 "잡아낸 황소개구리는 요리하여 먹을 수 있는데 먹지 않는 경우에는 황소개구리나 올챙이를 물 밖에 오래 두어 죽게 하고 물속으로 집어넣지 않도록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황소개구리는 어떤 동물인가

개구리과에 속하며 몸통 길이는 9~20㎝이며 다리까지 합치면 40㎝가 넘기도 하는 대형종이다. 무게는 보통 250g이지만 900g까지 나가는 것이 있다. 특히 올챙이도 4~6㎝로 크며 1년 이상 자란 올챙이는 15㎝에 이르기도 한다.

4~10월 사이에 활동한 뒤 겨울잠을 잔다. 알을 1만~2만5000개 낳는데 부화율이 높다. 수명은 8~10년에 이른다.

1971년 양식을 위해 도입한 이후 제주를 포함한 전국의 저수지, 연못, 호수 등에 퍼졌다. 홍수기에 올챙이가 물살을 타고 확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커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자연계에서는 가물치 등 토종 포식어종과 물새, 수달 등이 황소개구리의 천적이다.

(※이상은 국립환경과학원의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 자료를 정리한 내용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ancowski K, Orchard SA (2013) Stomach contents from invasive American bullfrogs Rana catesbeiana (=Lithobates catesbeianus) on southern Vancouver Island, British Columbia, Canada. NeoBiota 16: 17.37. doi: 10.3897/ neobiota.16.3806

www.pensoft.net/journals/neobiota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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