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싱가포르대 연구진은 인도에서 생물다양성이 높기로 유명한 서고츠 지역의 외딴 우림에서 대나무 마디 속에 낳은 알을 수컷이 돌보아 직접 어린 개구리가 깨어나는 새로운 번식 방법을 확인했다고 학술지 <린네학회 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짝짓기를 한 개구리가 물속에 알을 낳은 뒤 떠나면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가 자라 어린 개구리가 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우리가 아는 개구리의 번식 방법이다. 그러나 모든 개구리가 이렇게 번식하는 건 아니다.
어떤 개구리는 땅 위에 알을 낳고, 올챙이를 거치지 않고 알에서 바로 새끼 개구리가 나오는 종도 1400종이 넘는다. 어미 개구리가 올챙이나 새끼 개구리를 등에 지고 다니거나 알을 보호하고 올챙이에게 먹이를 챙겨 먹이는 개구리도 있다.
개구리와 두꺼비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번식을 한다. 그 번식 전략은 대개 40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41번째 전략이 최근 발견됐다.
국립 싱가포르대 연구진은 인도에서 생물 다양성이 높기로 유명한 서고츠 지역의 외딴 우림에서 대나무 마디 속에 낳은 알을 수컷이 돌보아 직접 어린 개구리가 깨어나는 새로운 번식 방법을 확인했다고 학술지 <린네학회 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 개구리(사진) 수컷은 흠집이 있는 토종 대나무를 둥지로 골라 틈을 비집고 마디 안으로 들어간다. 마디 속 수컷의 소리에 이끌린 암컷은 대나무 안에 5~8개의 알을 낳는다. 이런 식으로 여러 차례 마디에 알을 모은다.
알이 새끼 개구리가 되기까지 수컷은 배를 채우러 외출하는 시간을 빼면 대나무 둥지의 알을 돌본다. 대나무 마디에 물이 들어오면 오히려 새끼가 익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개구리는 애초 마디 맨 아래에 틈이 있는 대나무를 둥지로 고르고 알은 마디 맨 위에 낳는다.
연구진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육상에 알을 낳는 개구리가 많으며, 덩치가 작은 개구리가 적은 수의 커다란 알을 낳아 올챙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새끼로 태어나도록 하는 번식 전략을 많이 채용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개구리는 서고츠의 5곳 이하의 서식지에만 분포하는데 주민이 대나무를 제지 원료용으로 채취해 번식지를 잃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카다바 세샤드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