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아리의 모습.
물바람숲
기온이 10도이면 선선해도 견딜 만하다. 그러나 물속이라면 한시간 만에 목숨을 잃는다. 물속에서는 열이 쉽게 전달돼 체온을 금세 잃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대부분 찬피동물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상어와 다랑어 등 일부 물고기는 더운 피를 유지한다. 상어 가운데 백상아리, 청상아리, 악상어 등 5종, 다랑어 가운데는 참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등 14종이 그런 예다. 이 물고기들은 몸 안쪽에 높은 체온을 유지하는 붉은색 근육이 있으며 생태적으로 활동적인 포식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속에서 더운 피를 유지하려면 변온동물보다 에너지를 곱절은 더 써야 한다. 그런 유지비용보다 큰 생태적 이득은 어떻게 얻을까. 와타나베 유키 일본 국립극지연구소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미국립학술원회보> 21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더운 피 물고기가 빨리 헤엄쳐 멀리 이동해 먹이를 쉽게 획득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자들은 온혈 물고기의 이동범위가 다른 물고기의 2~3배라고 밝혔다. 이는 펭귄 등 해양 포유류와 비슷한 수준이다. 더운 피를 지닌 상어들은 생태적 지위와 크기가 비슷한 찬 피 상어보다 속도는 2.7배 빠르고, 이동 범위는 2.5배 넓었다.
더운 피 물고기는 빠른 유영 속도를 바탕으로 열대에서 온대바다까지, 표층에서 찬 심해까지 먹이 터를 넓힐 수 있고, 이런 장거리 이동능력을 바탕으로 특정 시기에만 얻을 수 있는 먹이를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은 붉은 근육의 높은 대사율과 꼬리만 옆으로 흔드는 독특한 동력 전달 방식,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는 역방향 열교환 방식 등이다.
연구자들은 “연골어류인 상어와 경골어류인 다랑어가 4억5000만년 전에 계통이 갈라졌는데도 같은 능력을 획득한 것은 수렴진화의 놀라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헤르마누스 백패커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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