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의 모습.
물바람숲
코끼리와 코뿔소에 이어 육상에서 세 번째로 큰 포유류인 하마는 하루 16시간까지 강이나 웅덩이에서 머문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물가로 나와 풀을 한 번에 40~50㎏씩 먹어치운다. 동이 트면 하마는 다시 물에 돌아와 쉬면서 밤새 먹은 풀을 소화시킨 뒤 배설한다.
해마다 수백만톤에 이르는 하마의 배설물이 아프리카 담수 생태계에서 큰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글러스 매콜리 미국 샌타바버라대 교수 등 연구진은 과학저널 <에코스피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하마가 내놓는 유기물질이 강에 사는 다양한 물고기와 물속 곤충의 중요한 영양원이 된다고 밝혔다.
매콜리 교수는 “하마 배설물의 생태적 중요성을 많은 이들이 짐작은 했지만 이 연구는 화학적 도구를 이용해 하마의 배설물을 다른 수서동물이 직접 이용하고 있음을 보였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하마는 육상의 영양분과 에너지를 강으로 이동시켜 두 생태계를 연결하는 구실을 한다. 연구자들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배설물 속 화학물질이 물고기와 곤충의 살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어도 하마처럼 육지와 물 생태계를 잇지만, 그 방향은 반대다. 연어는 바다에서 영양분을 섭취한 뒤 하천 상류에서 번식을 하고 죽어 그 사체를 하천생태계와 육상동물에게 전달한다.
특히 하마 배설물은 가물어 강의 수위가 낮을 때 담수생태계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수 때는 배설물이 쓸려나가고 희석돼 섭취되는 비중이 떨어졌다.
하마의 서식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하마 배설물에 의존하는 물고기 가운데는 동아프리카에서 중요한 단백질원으로 해마다 수백톤씩 어획되는 종도 있다.
연구자들은 “하마의 개체수는 줄고 있고 개발과 기후변화로 하천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 하마가 생태계에서 어떤 기여를 하는지 이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하마의 운명은 전체 생태계의 기능과 먹이그물의 운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팀 히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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