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으로 폭탄먼지벌레의 다리를 잡아 위협을 가하면, 꽁무니의 분비샘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효소와 만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배끝의 노즐을 통해 100도 가까운 뜨거운 수증기와 퀴논 계열의 화학물질을 상대를 겨냥해 마치 기관총을 쏘듯 단속적으로 내뿜는다
물바람숲
어릴 때 만지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연기를 뿜어내는 딱정벌레를 본 기억이 난다. 방귀벌레라고 불렀는데 제 이름은 폭탄먼지벌레다. 이 벌레는 사람은 물론이고 개구리 등 다른 포식자들을 물리치는 효과적인 화학무기를 장착해 호기심을 불렀다.
핀셋으로 폭탄먼지벌레의 다리를 잡아 위협을 가하면, 꽁무니의 분비샘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효소와 만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배끝의 노즐을 통해 100도 가까운 뜨거운 수증기와 퀴논 계열의 화학물질을 상대를 겨냥해 마치 기관총을 쏘듯 단속적으로 내뿜는다. 그런데 이 벌레의 고속발사 능력이 어떤 얼개와 과정으로 이뤄지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에릭 안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료공학과 박사과정생 등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싱크로트론 엑스선 화상 기법으로 살아 있는 폭탄먼지벌레의 독물 발사 과정을 정밀하게 조사해 그 비밀을 밝혔다.
초당 2000개 화면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촬영으로 알아낸 먼지벌레 반응실에서의 폭발 과정은 이랬다. 위협을 느낀 먼지벌레가 분비샘에서 화학물질과 효소를 반응실로 보낸다. 둘이 만나 폭발을 일으키면 큐티클로 만들어진 반응실이 팽창하면서 화학물질 투입구를 밸브가 막는다. 증기가 빠져나가 압력이 떨어지면 다시 밸브가 열려 폭발물질이 들어와 폭발반응이 되풀이된다.
이런 폭발은 초당 735회까지 일어나는데, 역겨운 화학물질과 증기가 초속 10m의 속도로 수㎝ 거리로 퍼져나간다. 연구자들은 이를 ‘생물학적 펄스제트’라고 불렀다. 기관총을 쏘는 것 같은 이런 분사를 이제까지는 근육의 수축으로 일으킨다고 짐작했으나 이번 연구에서 유연한 막의 팽창과 수축을 통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했다. 폭탄먼지벌레는 반응실의 구조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새로운 근육을 진화시킬 필요 없이 뛰어난 방어장치를 진화시킨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에릭 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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