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사진 기욤 마지유 제공
물바람숲
호랑이나 늑대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잡아먹는 동물은 대개 어린 개체이다. 수가 많고 덜 위험하고 잡기 쉽기 때문이다. 사냥꾼은 다르다. 가장 크고 멋진 동물을 목표로 삼는다.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서 사람은 가장 크고 건강하며 환경에 잘 적응한 물고기를 주로 잡는다. 이처럼 인간은 다른 포식자와 달리 성체를 많이 잡는 경향이 있다. 그 영향은 지구 전체에 미친다.
크리스 대리몬트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 등 연구자들은 전세계 육지와 바다에서 포획되고 있는 2135개 야생동물 집단을 분석한 결과 인류가 다 자란 동물을 포획하는 비율은 다른 포식자보다 최고 14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8월21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다른 포식자는 원금은 놓아두고 이자에 해당하는 해마다 증식되는 어린 개체를 주로 잡아먹지만 인류는 성체를 잡아내 원금을 까먹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란을 위해 하천에 돌아온 연어를 잡아먹는 늑대(사진)처럼 야생동물도 성체를 노린다. 그러나 육지에서 사냥꾼은 이런 대형 포식자보다 성체를 잡는 비율이 9배 높았다. 특히 초식동물보다 사자 같은 대형 포식동물의 성체를 죽이는 비율이 3.7배나 높았다.
기계화된 포획이 이뤄지는 바다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인간이 성체 물고기를 잡아먹는 비율은 상어나 참다랑어 같은 다른 해양 포식자보다 14.1배 높았다. “인간은 수렵채취에서 농경과 축산으로 옮겨가면서 포식자 구실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슈퍼 포식자’가 됐다”고 보리스 웜 캐나다 댈하우지대 교수가 이 저널에서 논평했다. 그는 “인간의 이런 포식행동은 생태계에 강한 선택 압력으로 작용해 빨리 커다랗게 자라는 형질이 사라지는 등 진화 방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성체 포획 비율을 자연적인 포식자 수준까지 낮추고 어업의 ‘지속가능 이용’ 개념도 수정해야 한다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