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 발달장애인들이 춤을 추고 있다. 김광수 기자
“쿵. 쿵. 쿵쿵쿵...”
지난 3일 저녁 7시께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예술회관 1층 공연장에서 북소리가 나기 시작됐다. 난타공연이었다. 무대에 오른 7명은 지적·자폐성 발달장애인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연습한 리듬에 맞춰 신나게 북을 두들겼다.
이날 무대는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나사함복지관)이 마련했다. 행사 이름은 ‘나사함 당나귀’(당신은 나사함의 귀한 존재) 발표회. 10~40대 발달장애인들이 1년 동안 나사함복지관의 여러 프로그램 활동을 하면서 배우고 익힌 것을 가족 앞에서 발표하는 날이다. 문민영 나사함복지관 과장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나사함복지관에 아침과 휴일에 자녀를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발달장애인 가족과 소통하려는 뜻도 있다”고 행사를 설명했다.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 발달장애인들이 난타공연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공연장 앞에는 발달장애인들이 힘들게 그린 그림 등을 디자인한 굿즈(상품)가 있었다. 수익금 전액은 발달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고 주최 쪽은 설명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관람객들이 흰색 캔버스에 그려진 나뭇가지에 손가락 도장을 찍고 그 위에 발표회를 축하하는 글을 적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발표회는 네번째다. 2020년에 네번째 발표회를 열려고 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중단됐다. 김유라 나사함복지관 관장은 “발달장애인들이 평소 즐겁고 건강하게 우리 복지관에서 잘 지내고 있다. 오늘 공연을 본 발달장애인 가족이 걱정하지 마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사함은 ‘나누고 사랑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이다. 나사함복지관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중심이 된 ‘사회복지법인 나사함복지재단’이 2009년 개관했다. 부산시 보조금과 후원금으로 운영한다.
무대에는 6팀이 올랐다. 난타팀에 이어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댄스팀 8명이 그룹 에이치오티(HOT)의 ‘캔디’에 맞춰 귀여운 춤을 췄다. 중·장년 발달장애인 3명은 악기 ‘터치벨’로 ‘작은별’ 등을 연주했다. 낮에 나사함복지관을 이용하는 주간보호센터 발달장애인 10여명은 싸이의 ‘나팔바지’와 나상도의 ‘콕콕콕’에 맞춰 익살스러운 춤을 췄다. 지난 9월 비장애인들이 출전하는 부산시장배 전국 생활체조·댄스페스티벌 경연대회에 나가 건강체조 일반부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한 발달장애인 10여명은 새로운 곡을 탑재한 율동을 선보였다. 공연 중간엔 대구에서 달려온 발달장애인 국악인 김성일씨와 사회적협동조합 ‘지음’의 정창열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센터장이 ‘쾌지나칭칭나네’ ‘아름다운 나라’를 함께 열창했다.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 직원들과 발달장애인들이 지난 3일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 직원들이 발달장애인 그림을 디자인한 굿즈를 설명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터치벨 공연이 있기 전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됐다. 발달장애인은 보호자나 자원봉사자들이 잠시 눈을 떼면 사고를 당하기 일쑤인데 지난 9월 터치벨을 연습해서 무대에 오르려던 40대 여성 발달장애인이 집에서 넘어져 하늘나라의 별이 됐다는 것이다. 그가 생전 나사함복지관에서 활동할 때 찍은 모습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바람을 담은 글이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흐르자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이날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공연을 보며 감격해서 울기도 했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간혹 박자가 틀린 이가 나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되레 관객들은 큰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김대건 나사함복지관 사례권익팀장이 멋진 트로트를 부르자 발달장애인·나사함복지관 직원 등 40여명이 무대에 올라 함께 즐거운 춤을 췄다. 흥겨운 한마당은 저녁 8시30분께 끝났다. 한 발달장애인 부모는 “비장애인들도 무대에 오르는 것이 힘든데 내 아이가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찼다. 나사함복지관 직원들과 강사님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