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기구 탑승을 제지당한 뒤 소송을 제기했던 시각장애인들이 2018년 10월11일 1심선고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8일 법원이 ‘시각장애인의 롤러콜스터 탑승 제한은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에버랜드에 관련 규정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9-3부(재판장 배용준)은 1급시각장애인 김준형씨 등 3명이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에 “롤러코스터 등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해달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에버랜드가 원고들에게 각각 2백만원씩 지급하고 놀이기구 가이드북을 수정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 탑승이 금지됐던)롤러코스터 티(T)익스프레스 등 7개 놀이기구 가이드북에서 ‘신체적·시각적 장애 있으신 분은 이용이 제한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반자 동승이 요구되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대목에서 ‘시각적’을 삭제하라”고 주문했다. 또 “가이드북 안전기준 가운데 ‘빠른 속도, 회전, 충돌 등을 동반한 어트랙션 및 탑승객이 직접 운전, 조정하는 시설은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정상적인 시력과 판단능력이 필요하다. 공포감,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장애가 심해질 수 있는 경우에는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명시한 항목을 ‘시설 직원은 충분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안전성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로 수정하라”고 했다.
에버랜드가 선고 확정일로부터 60일 이내 수정하지 않으면 하루에 1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
2015년 5월, 1급시각장애인 김준형씨는 친구들과 함께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가 롤러코스터 티익스프레스를 탑승하려 했으나 직원에 “안전상 이유로 시각장애인은 탑승할 수 없다”며 저지당했다가 “에버랜드가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운영 주체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 이후 에버랜드 관계자는 한겨레에 “기본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이후 대응 방안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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