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 여성 김해숙(41)씨가 둘째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다. 김씨는 “분유량 맞추기, 아이 뒤로 업기 등 일곱살 첫째 아이를 키우며 터득했던 육아의 지혜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애여성 6인의 육아기
아이 창피해할까 걱정에 학교 행사 참여 꺼려져
“잘때 점자로 책 읽어줘” 나만의 육아비법 개발
아이 창피해할까 걱정에 학교 행사 참여 꺼려져
“잘때 점자로 책 읽어줘” 나만의 육아비법 개발
“장애 여성이라고 애 키우는 데 뭐가 다르겠어요? 아이에게 손이 좀더 많이 간다는 것 정도가 다를 뿐이죠.”
지난 22일, 서울 구로구 여성 장애인 전문 성프란치스꼬 복지관에 모인 엄마 6명이 ‘아이 키우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들은 성프란치스꼬 복지관이 운영하는 ‘엄마 역할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장애 여성들로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아이 키우기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듣는다.
■ 장애 여성, 양육의 어려움
장애 여성들은 장애 때문에 비장애 부모보다 아이를 키울 때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뇌성마비로 지체장애 3급인 이수정(31·가명)씨는 지금 7살인 첫째 아이와 함께 외출했을 때 차도로 뛰어가는 아이를 붙잡지 못해 자칫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다른 엄마 같으면 곧바로 뒤쫓아가서 붙잡았을 텐데…. 저는 몸이 굳어버려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에는 팔에 힘을 못 주어 자주 떨어뜨리곤 했다고 한다.
시각장애 1급으로 사물을 또렷하게 보기 힘들다는 유정희(39·가명)씨는 “아이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지 못하고 뒤늦게 알게 돼 무척 속이 상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지체장애 1급 오성숙(42·가명)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때 바깥 구경을 많이 시켜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장애인 김해숙씨의 육아일기
[%%TAGSTORY1%%] ■ 부족할까봐 더 세심하게… 그러나 엄마들은 이런 어려움들을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조금씩 터득했다고 한다. 장애 성격에 따라 겪는 어려움도 가지각색이지만, ‘좀더 세심하게’라는 해법은 공통적이다. 자신이 보지 못한 사이에 아이가 콧물을 흘리고 다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유정희씨는 손으로 아이의 코밑을 자주 확인하는 버릇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만의 육아 비법을 개발한 이들도 있다. 자주 아이를 떨어뜨렸던 이수정씨는 아예 ‘누운 자세에서 아이를 안은 채 일어나는 방법’을 터득했단다. 올해 초등학교에 올라간 딸을 키우는 시각장애 1급 김경희(36·가명)씨는 밤에 불을 끈 채 점자책을 짚으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김씨는 “불을 끈 상태에서 아이가 이야기를 들으며 편히 잠들 수 있다”며 “비장애 부모는 못해도 나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를 낳은 뒤 잠시나마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던 것을 오히려 후회한다고 했다. “저보다 눈이 더 안 보이는 이들도 혼자서 아이를 잘 키우더라고요. 그때 친정어머니께 맡기지 않고 아이랑 붙어 있었어야 했는데….” ■ 불편보단 편견이 걱정 이수정씨는 남편과 결혼할 때, 또 아이를 가지려 할 때 주위 사람들이 “장애 때문에 서로 힘들 테니 결혼하지 마라, 아기 낳지 마라”고 하던 기억을 아직도 지우지 못한다. 오성숙씨 또한 아이를 갖는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여러 사람 부담된다’며 마땅찮은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장애 엄마들은 “아이를 돌보며 겪는 힘든 일들보다 그런 사회적 편견이 훨씬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부모 엄마들은 학부모 총회, 급식 지원 등에 참여해야 하는 게 스트레스라고 했다. 혹시나 장애를 지닌 엄마 때문에 아이가 괴로움을 겪거나 속상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유정희씨는 이사한 뒤 갑자기 아이가 ‘엄마랑 다니면 창피하다’고 해 ‘아이가 클 때까지 이사를 가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 장애 친구의 말을 전했다. 엄마들은 “아이가 주위의 그릇된 시선을 잘 헤쳐나갈 때 더욱 사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숙씨는 “아이는 점차 엄마가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익숙해진다”며 “아이가 엄마의 장애를 알고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 낳길 참 잘 했다 싶어 뿌듯해진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TAGSTORY1%%] ■ 부족할까봐 더 세심하게… 그러나 엄마들은 이런 어려움들을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조금씩 터득했다고 한다. 장애 성격에 따라 겪는 어려움도 가지각색이지만, ‘좀더 세심하게’라는 해법은 공통적이다. 자신이 보지 못한 사이에 아이가 콧물을 흘리고 다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유정희씨는 손으로 아이의 코밑을 자주 확인하는 버릇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만의 육아 비법을 개발한 이들도 있다. 자주 아이를 떨어뜨렸던 이수정씨는 아예 ‘누운 자세에서 아이를 안은 채 일어나는 방법’을 터득했단다. 올해 초등학교에 올라간 딸을 키우는 시각장애 1급 김경희(36·가명)씨는 밤에 불을 끈 채 점자책을 짚으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김씨는 “불을 끈 상태에서 아이가 이야기를 들으며 편히 잠들 수 있다”며 “비장애 부모는 못해도 나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를 낳은 뒤 잠시나마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던 것을 오히려 후회한다고 했다. “저보다 눈이 더 안 보이는 이들도 혼자서 아이를 잘 키우더라고요. 그때 친정어머니께 맡기지 않고 아이랑 붙어 있었어야 했는데….” ■ 불편보단 편견이 걱정 이수정씨는 남편과 결혼할 때, 또 아이를 가지려 할 때 주위 사람들이 “장애 때문에 서로 힘들 테니 결혼하지 마라, 아기 낳지 마라”고 하던 기억을 아직도 지우지 못한다. 오성숙씨 또한 아이를 갖는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여러 사람 부담된다’며 마땅찮은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장애 엄마들은 “아이를 돌보며 겪는 힘든 일들보다 그런 사회적 편견이 훨씬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부모 엄마들은 학부모 총회, 급식 지원 등에 참여해야 하는 게 스트레스라고 했다. 혹시나 장애를 지닌 엄마 때문에 아이가 괴로움을 겪거나 속상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유정희씨는 이사한 뒤 갑자기 아이가 ‘엄마랑 다니면 창피하다’고 해 ‘아이가 클 때까지 이사를 가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 장애 친구의 말을 전했다. 엄마들은 “아이가 주위의 그릇된 시선을 잘 헤쳐나갈 때 더욱 사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숙씨는 “아이는 점차 엄마가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익숙해진다”며 “아이가 엄마의 장애를 알고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 낳길 참 잘 했다 싶어 뿌듯해진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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