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전하는 재활상담사 되렵니다
“교통사고나 뇌졸중 등으로 매년 30만명이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그 사람들에게 개인적 불행으로 치부할 뿐입니다. 장애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도 시급합니다.”
‘화상 입은 천사’ 이지선(27)씨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한때를 보내고 있다. 미국 보스톤 대학교 재활상담 석사과정(2005년 가을학기)에 합격하고 ‘잠깐 다니러 온’ 한국에서 그는 매일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느라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인터뷰를 한 2일 오전에도 오후에 청주의 한 대학 강연에 가야 한다며 연신 시계를 흘끗거렸다. 이번 달에는 화제를 모았던 〈지선아, 사랑해〉 두번째 책도 낼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3월 혼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화상을 입은 뒤 관심을 갖고 있던 재활상담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재활상담을 배울 곳이 없었기 때문에 선택한 유학길이었다. 장애인, 특히 후천적 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삶의 의욕까지 잃는 경우도 많다. 치료만큼 재활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 그가 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푸르메 재단의 홍보인권대사로 선임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는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진 뒤 장애인 권익활동에 나서고 있는 가수 강원래씨와 함께 지난 1일 서울 청진동 하우스맥주전문점 옥토버페스트에서 푸르메 재단 홍보인권대사로 위촉됐다. 푸르메 재단은 회원 1만 명의 회비와 독지가의 성금을 모아 2008년까지 50병상 규모의 재활병원을 수도권에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씨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0년 7월 학교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음주운전자의 차에 부딪쳐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일으킨 차가 금방 불타오르는 바람에 그는 전신 55%에 3도 중화상을 입었다. 두 달 간의 중환자실 생활, 그리고 5개월 간의 입원치료, 5차례에 걸친 피부이식 수술 끝에 집에 돌아왔다.
절망의 얼굴 극복한 ‘화상 입은 천사’
장애인에게 재활은 치료만큼 중요해
재활상담 배우려 보스턴대학원 입학
자애가 장애 안 되는 세상 보고 싶다 집에 돌아와 그는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 병원에 있을 때는 그나마 치료를 받으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그런 실낱같은 희망마저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있는 것은 자신의 예전 모습과는 전혀 다른, 화상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끝마디를 잘라낸 손가락들뿐이었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그를 붙잡아 준 것은 신앙이었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니, 나도 나를 사랑해야지.’ 화상을 입은 모습이지만 밝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방송 다큐멘터리와 그의 홈페이지 주바라기(ezsun.net)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미국에서 혼자 아파트에 머물며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혼자라서 외롭거나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미국이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자신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란다. 미국에서는 어디에서든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눈길도 주변의 보통 사람을 쳐다보는 눈길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을 그냥 보통 사람처럼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장애인들은 놀라는 눈길도, 동정의 눈길도 바라지 않거든요.” 이씨는 앞으로 2년의 석사 과정과 5년의 박사 과정을 거친 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돌아온 뒤에는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상담사가 되는 게 꿈이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던가. 그의 꿈은 이미 어느 정도 이뤄진 듯 했다. 그의 희망에 찬 모습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삶의 희망을 담뿍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푸르메재단 (02)720-7002. www.purme.org 글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장애인에게 재활은 치료만큼 중요해
재활상담 배우려 보스턴대학원 입학
자애가 장애 안 되는 세상 보고 싶다 집에 돌아와 그는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 병원에 있을 때는 그나마 치료를 받으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그런 실낱같은 희망마저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있는 것은 자신의 예전 모습과는 전혀 다른, 화상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끝마디를 잘라낸 손가락들뿐이었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그를 붙잡아 준 것은 신앙이었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니, 나도 나를 사랑해야지.’ 화상을 입은 모습이지만 밝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방송 다큐멘터리와 그의 홈페이지 주바라기(ezsun.net)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미국에서 혼자 아파트에 머물며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혼자라서 외롭거나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미국이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자신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란다. 미국에서는 어디에서든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눈길도 주변의 보통 사람을 쳐다보는 눈길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을 그냥 보통 사람처럼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장애인들은 놀라는 눈길도, 동정의 눈길도 바라지 않거든요.” 이씨는 앞으로 2년의 석사 과정과 5년의 박사 과정을 거친 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돌아온 뒤에는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상담사가 되는 게 꿈이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던가. 그의 꿈은 이미 어느 정도 이뤄진 듯 했다. 그의 희망에 찬 모습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삶의 희망을 담뿍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푸르메재단 (02)720-7002. www.purme.org 글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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