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우 박사
장애인 인권운동 헌신…미 차관보급 지낸 강영우 박사 별세
아내·아들에 편지…투병중 기부도
아내·아들에 편지…투병중 기부도
시각장애인으로 한국계로선 처음 미국 백악관 차관보 직급에 올랐던 강영우(사진) 박사가 23일(현지시각) 별세했다. 향년 68살.
췌장암 투병중이던 강 박사는 지난 연말 지인들에게 작별 편지를 보내고, 1월에는 국제로터리재단 평화센터 평화장학금으로 25만달러(약 2억8천만원)를 기부하는 등 주변을 정리해왔다. 가족들은 이날 강 박사가 부인과 두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공개했다. 부인 석은옥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50년 전 첫 만남부터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1962년 서울맹학교 학생이던 강 박사는 자원봉사를 나왔던 숙명여대 1학년이던 부인을 만나 10년 뒤 결혼했다.
강 박사는 “햇살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던 예쁜 여대생 누나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당신은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날개없는 천사였습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아직도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당신을 가슴 한 가득 품고 떠납니다. 더 오래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며 혼자 남을 아내에 대한 회한을 드러냈다. 강 박사는 두 아들 진석(39·안과전문의), 진영(35·백악관 선임법률고문)에게 보낸 편지에선 “너희들을 처음 품에 안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별을 나눠야 할 때가 되었다니”라며 “너희들의 아버지로 살아왔다는 게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13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이듬해 축구공에 맞아 시력을 잃고 같은 해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는 등 불우한 청소년기를 겪었다. 그는 역경을 딛고 연세대 졸업 뒤 1972년 유학길에 올라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일리노이대 교수와 일리노이주 특수교육국장을 역임하다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위원(차관보급)으로 발탁됐다. 강 박사는 유엔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 등을 지내며 한평생 장애인 인권을 위해 애써왔다. 장례식은 버지니아주 한인 중앙장로교회에서 3월4일 추도예배로 치러진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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