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벌금형을 받고 이를 납부하지 않아 수배된 장애인들이 “차라리 잡아가라”며 ‘자진 구속 결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자진수감’ 장애인활동가들 큰 고통
벌금 못내 선택한 노역 ‘가시밭길’
활동보조인 따로 없어 용변도 못해
종교단체 도움으로 3일만에 출소
구치소쪽 “못먹게 하는 일은 없다”
벌금 못내 선택한 노역 ‘가시밭길’
활동보조인 따로 없어 용변도 못해
종교단체 도움으로 3일만에 출소
구치소쪽 “못먹게 하는 일은 없다”
9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면회실. 유리창 너머에 이규식(43)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전동휠체어를 탄 채 하늘색 수용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이 소장을 포함한 8명의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은 지난 7일 “장애인 인권운동이 죄라면, 차라리 잡아가라”며 스스로 서울중앙지검에 찾아갔다. 이들은 2006년부터 장애등급제 폐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퇴진 등을 요구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30만원에서 120만원까지 벌금을 받았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돈을 낼 수 없던 이들은 곧 ‘수배자’ 신세가 됐다. 구속된 박정혁(42·장애1급)씨는 “돈을 벌 수도, 계속 도망다닐 수도 없어 차라리 강제노역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들에겐 ‘자진 수감’마저 순탄치 않았다. 7일 오후 검찰청에서 구치소로 옮겨갈 때부터 ‘이동권 투쟁’을 벌여야 했다. 검찰청에 동행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사무차장은 “검찰 쪽에서 장애인들은 부축해 버스에 태우고, 전동휠체어는 트럭으로 옮기겠다고 해 항의했다”고 전했다. 장애인을 연행할 때 주로 쓰는 방법이지만, 그 과정에서 척추를 지탱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몸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등 위험이 크다. 결국 한밤중이 되어서야 장애인 연행용 저상버스가 도착해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폭염 속에서 항의를 하다 한 명이 욕창과 탈진으로 119 구급차에 실려갔고, 여성 활동가 1명도 구치소에 도착한 뒤 어깨 이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치소 안에 남은 6명의 활동가들은 또다시 ‘일상의 투쟁’에 돌입해야 했다. 활동보조인이 없어 같은 방의 수용자에게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실제로는 여의치 않았다. 이 소장은 “배식 때 다른 수용자들이 불평을 하자, 밥을 넣어주던 사람이 (대변을 보지 못하도록) ‘물만 주고 소변 정도만 보게 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위장기능에 문제가 있어 매일 위장약을 먹어야 했던 한 활동가는 위장약 요청을 거부당해 면회를 온 동료들의 항의 끝에 약을 제공받기도 했다. 이들을 면회한 김태훈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화장실이 중증장애인들은 쓸 수 없는 구조라 수감된 활동가들이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큰 불편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구치소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는 수용자가 배식을 하는데, 밥을 못 먹게 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장애인들의 진정으로 조사를 나온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들이 8일 조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이 소장이 그 얘기를 하길래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는지 확인까지 했고, 나머지 장애인들도 매사 유리구슬 다루듯 신경써서 대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9일 낮 사정을 전해 들은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벌금을 납부하고 구치소에서 모두 나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장애인운동을 하다가 벌금형을 받은 장애인 활동가들은 장애인단체가 파악한 것만 20여명, 벌금 액수는 약 2700만원에 이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11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고려대 학생식당에서 벌금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를 연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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