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일을 하면서 힘들 법도 한데 카페에 나가서 일하는 것이 즐거운지 출근시간보다 빨리 나가더군요.”
지적장애인 아들(39)을 둔 어머니 ㄱ씨가 최근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에게 보낸 편지엔 아들의 변화를 곁에서 지켜본 어머니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ㄱ씨는 아들이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청 1층 로비에 문을 연 장애인 운영 커피전문점 이룸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을 두고,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광주 북구 장애인직업재활센터가 시에 저렴한 사용료를 내고 운영하는 이룸카페 직원 9명 중 7명이 장애인이다. ㄱ씨는 편지에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낯가림도 심해서 대화하기도 힘든” 아들이 “직장생활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더욱 놀라웠습니다”라고 적었다.
“카페를 다니면서 우리 아들이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책임감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 두번째 변화는 얼굴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ㄱ씨는 “우리 식구들을 빼곤 남들에게 인사말도 못하고 얼굴도 못 마주쳤는데 이젠 제법 웃는 얼굴로 동네 어르신들한테 인사를 합니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우리 아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쑥스럽지만 시장님께 편지를 쓰는 이유는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라고 적었다. 이룸카페처럼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집에만 있는 장애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장애인 고용을 꺼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3%.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지난달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00명 이상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78%, 500~1000명 미만 기업은 2.29%, 300~500명 미만 기업은 2.38%로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서 공공기관 커피전문점은 장애인들의 취업을 돕는 따듯한 둥지가 되고 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 카페를 운영하는 형태는 지난해 2월 대전광역시청에 처음 선보인 뒤, 대전(7곳)뿐 아니라 광주(3곳)와 부산·충북·포항·인천 등지로 확산됐다. ㄱ씨는 “시장님께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평생 소원을 풀어준다고 생각하시고 시정방침 중 최우선으로 삼아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도록 노력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부탁했다. 이어 “두서없는 말이지만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워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라며 편지를 맺었다. 광주시는 내년 1월 초 호남권역재활병원이 완공되면 추가로 장애인 카페를 개설할 방침이다. 광주/정대하 기자daeha@hani.co.kr
장애인 아들 둔 어머니 ‘시장님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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