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부부 김윤원, 전은지씨는 아들 지원이와 경기도 양평의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고 있다. 세 가족은 시설에서 나와 따로 가정을 꾸리기를 희망한다. 양평/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4 나눔꽃 캠페인] 사람이 중심이다
“지금껏 이런 적이 없어서요. 저희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경기도 양평의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일하는 원정연(35) 과장은 요즘 걱정이 많다. 90여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사는 이 시설에 장애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한 아기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갓 돌이 지난 김지원군이다. 김군은 2012년 이 시설에서 만나 결혼한 지적장애인 김윤원(31)·전은지(24)씨 부부의 아들이다. 시설의 방 한 칸이 이 가족의 집이다. 시설에서는 세 가족을 위해 방을 하나 따로 내줬다.
26일 찾은 가족의 방에는 늦가을의 냉기가 돌았다. 차가운 방바닥 위로 전기장판 한 장만이 깔려있었다. 식기구며 텔레비전, 컴퓨터 등 시설의 공용 물건을 가족이 사용한다. 방에 딸린 싱크대에는 지원이가 먹다 남긴 밥알이 붙은 식판이 그대로 있었다.
시설서 만나 2012년 결혼한 부부
경제능력 없어 시설서 아이 키워
아이옷·물티슈 등 후원받아 생활 환경보다 중요한 건 지원이 교육
다장애가정 아이는 돌볼사람 없어
후천적으로 발달 느려질 가능성 아빠 김치공장서 일하며 돈모아
“여기서 나가 공부시키고 싶어” 부부는 말이 없었다. 장판 위를 꼬물꼬물 기어가는 아들을 엄마 전씨가 지그시 바라봤다. 엄마는 보채는 지원이를 달래보지만 서투른 손길에 지원이는 칭얼대기만 했다. 아빠 김씨는 지원이가 움직일 때마다 안절부절 못하며 아내에게 “아이 좀 잡아보라”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부부가 낯선 사람에게 말을 잘 하지 않는다며 원 과장이 대신 부부의 이야기를 전했다. 2012년 9월 결혼한 김씨와 전씨는 2010년 시설에서 만났다. 남자다운 성격의 김씨는 여성스러운 전씨가 시설에 입소하자마자 반했다고 한다. 전씨도 믿음직한 김씨가 싫지 않았는지 둘은 서로 좋아 연애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일상적으로 생활 지원이 필요한 지적장애 1급이다. 이럴 경우 자의나 타의로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들은 스스로 결혼을 결정했다. 시설에서도 결혼을 지지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아기가 태어났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에게 자신들의 이름 한 글자씩을 붙여줬다.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엄마는 아이를 돌보는 법을 가족들한테서 배울 수 없었다. 전씨의 부모, 김씨의 어머니와 쌍둥이 남동생 모두 지적장애인이다. 온 가족이 시설에서 같이 머물기 때문에 전씨는 기저귀를 갈아주고 수유하는 법 등을 시설 직원들한테 배웠다.
원 과장이 말했다. “은지씨가 처음에는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어요. 은지씨를 위해 양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윤원씨는 시설을 나가 독립하고 싶어하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아직 결정 못했어요. 주변의 도움 없이 부부만 외출하는 건 사실 어렵거든요.”
부부는 지원이에게 필요한 옷가지와 물티슈, 기저귀 등 생필품은 후원을 받아 사용해왔다. 중고 장난감이나 자전거, 손때 묻은 책들은 시설 직원들의 아이들이 쓰던 것들을 물려받았다. 김씨는 지원이 키보다 큰 자전거에 벌써부터 ‘김지원꺼’ 라고 이름을 적어뒀다.
부부와 시설 직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지원이의 교육이다. 태어난 지 1년이 된 지원이가 부모처럼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보통 4~5살이 지나야 발달상의 장애가 있는지 정밀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병찬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 아이의 발달상태가 정상이라면 지적장애가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건강한 아이라면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해서 지적장애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다만 많은 다장애가정(가족 여러 명이 장애가 있는 경우) 아이들이 그렇듯 지원이도 후천적으로 발달이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어릴 때 가족들에게서 인지적·감성적 자극을 두루 받으며 성장해야 하는데 지원이의 환경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원이는 조용한 아이다. 시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가 있어서일까? 아이가 크게 울거나 크게 웃는 법이 없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최복천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은 “다장애가정 아이는 발달 촉진이 안 돼 위생 관리나 양육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모와 아동 모두에게 다면적 지원이 필요한데,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그런 면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부부는 재산이 없다. 시설에서만 생활하던 김씨가 부인과 아들을 위해 처음으로 세상에 나서야 했다. 8월부터 강원도 원주에 있는 김치공장에서 무를 깎고 씻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 하는 일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김씨는 말 없이 가계부 수첩을 꺼내 보였다. 지원이 물티슈, 기저귀, 장난감 값, 아내에게 선물한 5000원짜리 머리핀 등의 내역이 삐뚤삐뚤한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원 과장은 김씨가 고된 일에 적응하지 못해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차가운 방을 훈훈하게 데우는 것은 가족 사진이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김씨가 가족 사진을 여러 장 보여줬다. 컴퓨터에는 ‘김지원 폴더’가 수십개 들어 있었다. 아빠는 아들의 탯줄 사진부터 백일, 돌까지 차곡차곡 지난 1년을 기록해뒀다. 지원이가 세상에 온 지 1년이 된 지난 11일 가족들은 시내에 나가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이날 지원이는 파란 배춧잎 같은 만원짜리를 손에 쥐었다. 나중에 커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김씨가 방긋 웃었다고 한다. 사진 속 아들이 누구를 닮았냐는 질문에 김씨는 주저없이 “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훗날 시설에서 나가 세 식구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다. 지원이를 시내 학원에 보내 공부시키고 싶어 한다. 지원이가 ‘나쁜 놈들 잡는 검사’가 되기를 바란다. 이 가족의 희망인 지원이는 어떻게 성장할까.
양평/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나눔꽃 보도 이후
지키고 싶은 ‘투병 세 모녀’…따뜻한 후원 손길 477만원
<한겨레>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하는 ‘2014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의 두 번째 사례인 정영순(42)씨와 나연(12)·수연(11)양 세 모녀의 사연(<한겨레> 9월3일치 8면·사진)이 보도된 뒤 477만원의 기부금이 답지했다. 정씨는 “감사함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남편도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보도 이후 정씨 모녀가 사는 전남 장흥의 김성 군수가 추석 무렵 찾아와 정씨 가족을 격려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서울을 오가는 가족들을 위해 잠자리를 제공해 준 독자도 있었다. 한 지상파 방송은 세 모녀의 사연을 프로그램으로 제작 중이다.
병마가 드리운 그늘은 여전히 짙다. 수연이는 6개월마다 갑상선 검사를 받고 정씨도 산부인과 진료를 계속 받아야 한다. 그래도 정씨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정씨는 “병원에서 나연이가 심리검사를 받았는데 인지능력이 더 떨어지면 안된다고 했다. 학습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외과 진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힘들지만 아이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냐”고 했다. 가족들은 성금을 세 모녀의 병원비와 생활비로 쓰기로 했다.
최우리 기자
경제능력 없어 시설서 아이 키워
아이옷·물티슈 등 후원받아 생활 환경보다 중요한 건 지원이 교육
다장애가정 아이는 돌볼사람 없어
후천적으로 발달 느려질 가능성 아빠 김치공장서 일하며 돈모아
“여기서 나가 공부시키고 싶어” 부부는 말이 없었다. 장판 위를 꼬물꼬물 기어가는 아들을 엄마 전씨가 지그시 바라봤다. 엄마는 보채는 지원이를 달래보지만 서투른 손길에 지원이는 칭얼대기만 했다. 아빠 김씨는 지원이가 움직일 때마다 안절부절 못하며 아내에게 “아이 좀 잡아보라”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부부가 낯선 사람에게 말을 잘 하지 않는다며 원 과장이 대신 부부의 이야기를 전했다. 2012년 9월 결혼한 김씨와 전씨는 2010년 시설에서 만났다. 남자다운 성격의 김씨는 여성스러운 전씨가 시설에 입소하자마자 반했다고 한다. 전씨도 믿음직한 김씨가 싫지 않았는지 둘은 서로 좋아 연애를 시작했다.
지원이 가족이 사는 경기도 양평의 장애인생활시설. 양평/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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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김윤원·전은지씨 의 아들 김지원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원이에 대한 부부의 사랑은 여느 부모의 사랑만큼이나 크지만 장애가 있는 이들의 힘만으로 지원이를 키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지원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 가족을 후원하고 싶은 분들은…
● 계좌이체 (예금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농협 085-01-107501
● 전화 (한통에 2000원) ARS 060-700-1122
지원이 사연은 사랑의 열매 온라인 나눔소통공간인 ‘행복주식거래소’ (happyexchange.chest.or.kr)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기부자들은 1주에 5000원 단위로 책정된 행복주식을 이 사연에 ‘투자’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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