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청에서 열린 장애인일자리박람회장이 구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노동자 가운데 유일하게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장애인의 임금 수준을 높이려고 정부가 장애 정도와 직무능력을 따져 최저임금 삭감분을 결정하는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장애인 단체는 최소한의 삶의 질을 확보하려면, 정부가 최저임금과 차액을 보전하거나 장애인연금액을 대폭 올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2017년 하반기부터 장애인 노동자한테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적용하는 내용의 ‘장애인 고용 종합대책’을 29일 발표했다. 지금은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고용부에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신청해 이를 인가받으면 해당 장애인 노동자한테 최저임금을 훨씬 밑도는 임금을 지급해도 불법이 아니다. 이렇게 인가를 받은 장애인 노동자는 2013년 기준 4500여명으로, 이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최저임금(2013년 4860원)의 57.1%에 불과한 2775원에 그쳤다.
고용부는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려고 장애인의 직무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등급을 몇단계로 나눈 뒤 그에 맞춰 최저임금의 일정비율을 지급토록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2%가량인데 장애인은 그 비율이 훨씬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까지는 경비노동자, 고속도로 단속원 등 감시단속적 노동자도 최저임금의 90%만 적용받았으나 올해부터 바뀐 법이 시행돼,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 집단은 장애인 노동자가 유일하다. 장애인한테 최저임금을 100% 적용할 경우 사업주들이 이들의 고용을 꺼리리라는 이유에서다. 장애인단체들은 이런 현실 인식에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정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정부가 최저임금 차별 시정에 좀더 적극적 태도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장애인한테도 “감액없는 최저임금을 적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 ‘노란들판’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손. 노란들판은 장애인 노동권을 실천하는 곳이다.노란들판 제공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의 윤두선 대표는 “최저임금과 차액을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하거나 순차적으로 최저임금의 100%까지 적용하는 로드맵을 내놓아야 정부가 말하는 ‘일하는 복지’가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는 감액제도를 적용할 때 직무능력을 평가할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현재 20여만원에 불과한 장애인연금을 대폭 올려 현실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일을 하는 장애인한테 최저임금과 차액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면 노동 능력이 크게 떨어져 거의 일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는 또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5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한 사회적기업의 관계자는 “현재는 장애인의 직무능력에 맞는 임금 수준을 평가하기 힘들어 사용자가 주는대로 인정하는 상황이다. 장애인의 개별 직무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 마련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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