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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장애인도 주류사회 속에서 활약하는 모습 보고 싶다”

등록 2015-10-28 19:03수정 2015-10-28 20:49

방귀희씨. 사진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방귀희씨.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짬] ‘솟대문학’ 100호로 종간하는 발행인 방귀희 씨
1991년 4월 창간호를 낸 국내 유일의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이 새달 100호를 맞는다. 하지만 101호는 나오지 않는다. 발행인이자 작가인 방귀희(58)씨는 ‘폐간’은 아니고 ‘발전적 해체’라고 표현했다. “처음 시작할 때 100호 발행은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내년엔 장르를 넓혀 장애인 문화예술합지로 독자들과 만날 계획입니다.”

1급 지체장애인이자 방송작가 출신인 그는 90년 서정슬·강동석·김옥진씨 등 장애 문인들과 함께 한국장애인문인협회를 세우고 이듬해 ‘솟대문학’을 창간해 지금껏 이끌어왔다. 2013년부터 장애예술인협회 회장과 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도 맡고 있는 그를 지난 23일 서울 가산동 ‘솟대문학’ 편집실에서 만났다.

1991년 창간…장애문인 160명 산실
올해 정부 지원금 크게 줄어 ‘한계’
“내년 장애 문화종합지로 재발간”

휠체어에 왼손만으로 키보드 쳐서
30여년 방송작가·칼럼니스트 활약
“은퇴하면 장애인 위인 평전 낼 터”

‘솟대문학’은 25년 동안 160여 명의 장애인 문인을 배출했다. 작품 발표를 하기 힘든 장애인들에겐 믿음직한 ‘기회의 창’이었다. 종간 경위가 궁금했다. “정부가 그동안 호당 400만원의 지원금을 주었는데, 올해부터 원고료만 지원하는 걸로 방침을 바꾸었습니다.” 원고료가 발행 경비의 50% 정도이니, 지원금이 절반 깎인 것이다. 광고나 후원금이 거의 없어 직격탄에 가깝다. “정부 지원금이 줄지 않았으면 계속 발행했을 겁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대통령 문화특보를 지냈다. “특보까지 지낸 분이 왜 ‘솟대문학’을 못 살리느냐, 그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최근 다른 간행물에 대한 지원도 많이 줄었지요. 현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장애인 예술가들을 세상으로 이끄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내년 정부지원금을 신청해 발행할 문화예술종합지의 제호도 생각해뒀다. ‘e美지’(이미지). 고 구상 시인이 기탁한 발전기금 2억원으로 운영하는 ‘구상 솟대문학상’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그동안 잡지를 통해 만난 문인 가운데 그는 시각장애인 손병걸 시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손 시인 아이가 돌이 될무렵 시각장애가 왔고, 그 뒤 아내가 떠났습니다. 이때의 울분을 글로 승화시켜 지금은 대학원에서 학위도 받고 강의도 하고 이쪽에서 ‘스타’로 발돋움했지요.” 손 시인은 100호 권두시 ‘하늘아침-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 기념에 부쳐’에서 “우리는 많은 날을 맨몸으로 굳건히 아팠다. (…) 우리의 백 번째 아침이 한바탕 눈부시다”고 썼다.

방씨는 휠체어 장애인이다. 왼손도 쓸 수 없다. 글은 오른손만으로 작은 키보드에 친다. “98년부터 필자에게 원고료를 주기 시작했죠. 시를 다섯 편 쓰면 5만원인데 한 장애인 기고자는 태어나서 처음 번 그 돈으로 치킨 파티를 열었다고 전해오기도 했어요. 대부분의 장애인이 직업도 없이 정체성 혼란을 겪는데, 원고가 실리면 ‘나는 시인이다’라며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그는 장애인 예술가를 1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비장애인도 감당하기 힘든 게 ‘예술에 대한 열정’이다. “교육이 중요합니다. 교육은 예술에 대한 마음의 열정을 이끌어내고 인정해주는 환경을 제공하지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고 네트워크도 만들어 주지요.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인정해주는 제도가 없으면 힘듭니다.” 그가 지켜온 ‘솟대문학’도 그런 환경의 일부였다고 생각한다.

방씨는 그 자신에게도 교육의 힘이 컸다고 했다. 서울 무학여고를 수석 입학했고, 동국대 불교철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어머니가 일반 학교를 고집했습니다. 비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려 잘 지냈죠. 큰 힘이지요.” 어머니는 경제적 자립을 이유로 한의대 진학을 원했지만, ‘직립 보행’ 조건에 걸려 포기했다.

그는 81년부터 32년 동안 장애인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했다. 따스한 감성과 정갈한 문체의 신문 칼럼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 가운데 ‘난 가슴이 따뜻한 남자가 좋다’에서 그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을 추어올리는 세태를 문제삼기도 했다. “난 차도남이 싫다. 어려운 사람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아서 까칠한 것은 멋있다고 하면서 장애인의 까칠함은 열등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무심히 쓰는 말들이 장애인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쭉쭉빵빵’ ‘다리가 쭉 뻗었다’는 말이 다 그렇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열등하다고 느끼게 하지요.”

방씨는 지난해와 올해 국내(66명·공저)와 국외(137명) 장애인 인물을 조명한 책을 두 권 연달아 펴냈다. “옛날에 장애인들도 이렇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알면 깜짝 놀랄만한 장애인 위인들이 많습니다.” 셰익스피어·바이런·세르반테스·루스벨트(이상 지체장애), 세종(시각), 처칠(언어) 등 쟁쟁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은퇴하면 장애 위인들의 평전을 차례로 낼 생각입니다.”

현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물었다. “정부는 장애인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생각합니다. 주는 것만 생각하지요. 이제 장애인의 주류 사회 편입을 생각해야 합니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했던 대통령 특보 시절을 떠올렸다. “비장애인들이나 저나 낯설었습니다. 편하지 않았죠. 청와대나 정부 고위직에서 더 많은 장애인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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