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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병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힘겨워…우리를 비웃지 말아 주세요”

등록 2017-05-29 13:57수정 2017-05-29 14:04

복지부, 30일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앞두고
정신장애인 사회복귀 체험수기 32편 시상
“편견의 눈 아닌 발견의 눈으로 봐 주세요”
“나는 현재 3급 정신장애인이다. 내가 처음 정신질환을 앓게 된 건 중학교 시절이었다. 과거엔 그때 왜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한 어리석음을 범했나 생각했다. 운명을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대상작 ‘고난이 변하여 나의 소망이 되고’ 일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절차를 개선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는 30일,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공모한 ‘사회복귀 체험수기’ 시상식을 연다고 29일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응모작 79편을 받아 대상(2편), 금상(2편), 은상(5편)을 포함, 32편을 선정했다. 응모자들은 조현병과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 정신질환 발병과 치료 과정에서 병증이나 사회적 편견으로 겪은 어려움과 극복 노력, 사회에 대한 바람 등을 수기에 담았다.

대상을 수상한 김태욱(39)씨는 중학교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우울증을 앓았다. 치료를 미루다 16살에 처음 정신과에 입원했고, 이후 7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했다. 병증이 호전된 뒤엔 요양소를 나와 검정고시로 중·고교를 졸업해 정신과병원에 환자보호사로 취직했다. 지금은 방송통신대에 진학해 행정학을 공부하는 중이다. 수기에서 김씨는 어느날 새벽 근무하던 경기도 양주 병원에서 도망치듯 서울 집으로 돌아온 일화를 소개했다. 야간 당직 중이었는데 주머니에 둔 장애인 복지카드를 잃어버린 것이다. 병원 입사 때 정신장애인이란 사실을 숨겼는데, 누군가 다른 이가 복지카드를 발견하면 사실이 드러날 참이었다. 밤새 찾았지만 카드는 없었고, 두렵고 조급한 마음에 그만 줄행랑을 쳤다. 서울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김씨는 “마음이 무너졌다.”

하지만 상황은 김씨의 예상과 달랐다. 다음날 김씨를 병원으로 부른 원장은 “그동안 성심성의껏 일해 준 것과 환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괜찮다면, 계속 일 해달라"고 했다. 김씨는 “한 없이 감사해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했다. 그는 “정신장애인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 같아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고 적었다.

또 다른 대상 수상작을 쓴 권아무개씨는 시댁과의 갈등, 산후 우울증,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은 뒤 조울증 진단을 받은 일을 담담히 적었다. 권씨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탓에 증상이 시작되고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치료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병을 받아들이고 체계적인 정신건강 지식을 배워 지금은 회복 과정을 밟고 있다”면서 “우리는 병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힘겹습니다. 부디 우리를 비웃지 말아 주세요. 편견의 눈이 아닌 발견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 봐 주세요”라며 사회의 배려를 청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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