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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벌금 4440만원, 세번째 감옥…‘노역 투쟁’ 엄마 딸의 편지

등록 2021-03-19 11:34수정 2021-03-19 15:14

지난 18일 열린 ‘노역 투쟁’ 기자회견에 참가한 활동가들 주위를 경찰이 방패를 들고 서 있다. <비마이너> 제공
지난 18일 열린 ‘노역 투쟁’ 기자회견에 참가한 활동가들 주위를 경찰이 방패를 들고 서 있다. <비마이너> 제공

장애인도 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살고 싶다고 요구하다가 받은 벌금입니다.

재판부는 벌금으로 선처했다고 하지만, 중증장애인이 제대로 된 소득이 있을 리도 없는데 벌금이 선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벌금을 낼 수 있게, 함께해 주세요.

감옥에 간 엄마를 위해 글을 쓰는 것도 벌써 세 번째. 이제는 좀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가 떠난 텅 빈 방을 바라보기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엄마가 또 감옥에 갔습니다. 2015년을 시작으로 2017년, 그리고 2021년 지금.

엄마는 진보적 장애인운동 활동가입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종로구의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활동가로 산 지 16년. 무수히도 많은 벌금을 받아왔습니다. 도로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 공공건조물침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받는 죄목으로는 모두 벌금이 나왔습니다.

18일, 엄마를 포함해 네 명의 활동가가 감옥에 갔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대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모두 휠체어를 타는 최중증장애인입니다.

이번에 엄마가 감옥에 간 이유는 2016년 경기도가 2층버스를 도입할 때 장애인도 탈 수 있는 저상버스를 도입하라고 버스를 점거하고, 2018년 장애인복지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으로 행진할 때 도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총 400만 원의 벌금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진보적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이 받은 벌금만 4440만 원입니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재판들까지 생각하면 이 벌금은 앞으로 늘어날 일만 남았습니다. 장애인도 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살고 싶다며 수용시설 폐쇄를 요구하고,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고, 장애인복지 예산 확대를 요구하다가 받은 벌금입니다. 즉, 사법부는 ‘장애인도 지역사회에 살고 싶다’고 한 우리의 목소리가 불법이라며 벌한 것입니다. 그 와중에도 재판부는 중증장애인이기에 징역에 처하기보다 벌금으로 선처했다고 하지만, 중증장애인이 제대로 된 소득이 있을 리도 없는데 벌금이 선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노역 투쟁을 결의한 활동가들, 왼쪽부터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lt;비마이너&gt; 제공
노역 투쟁을 결의한 활동가들, 왼쪽부터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비마이너> 제공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며 같이 활동하는 동지들에게 맛있는 것도 가끔 사주는 멋진 대표지만, 혼자서는 밥 먹을 돈이 아까워 점심과 저녁도 굶기 일쑤인 사람, 후원을 위해 판매하는 단체 티셔츠가 아니면 옷 한 벌도 잘 사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고집스러운 그의 활동에 대한 결과가 벌금이어서, 참 속상합니다.

벌금 낼 돈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돈이 없어서 노역을 살러 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엄마는 벌금에 ‘저항’한다고 했습니다. 가난한 장애인운동을 벌금으로 탄압하려는 정부에 ‘저항’한다고. 그래서 한 푼도 내고 싶지 않다고.

처음 구치소에 들어갔던 2015년, 검찰청 창살 너머로 사라지는 엄마를 보며 결국 끝내 주저앉아 울어버렸습니다. 괜찮다며 웃는 모습이 더욱 미안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또 그가 서울구치소로 호송하는 차량에 탑승하며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건넸을 때,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싸워서 세상이 바뀌었다. 장애등급제도 폐지했고,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도 늘리고, 저상버스를 도입했다. 우리의 투쟁이 없었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가 구치소로 들어가기 전에 남긴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인지, 세상에 많은 직업이 있지만 사회운동 활동가만큼 가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중에서도 제도에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장애인운동 활동가가 꼭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저도 근 10년째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차별과 배제 없는 장애 해방의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강령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는 자만이 가장 혁명적일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사회에서 가장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계층인 장애 민중의 힘과 투쟁으로 장애 해방, 인간 해방의 새 세상을 건설하자!”

더 이상 빼앗길 것 없는 사람들이어서 이렇게 처절하게 싸우는 걸까요. 편의시설도 하나 없고 장애인 활동지원도 되지 않는 그곳에서 네 명의 활동가들이 찬 바람을 맞으며 잠을 청할 생각을 하니 미안하고 걱정돼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싸우나 구치소에서 싸우나 다 똑같다”고, “삶이 투쟁”이라며 웃으며 노역‘투쟁’에 들어간 그들에게 빚진 마음뿐입니다.

엄마에게 약속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엄마, 진보적 장애인운동을 탄압하는 정부에 맞서 우리의 벌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잘 조직할게요.” 그것이 엄마와 함께 들어간 활동가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부탁드립니다. 엄마뿐 아닌 장애인운동 활동가의 벌금을 낼 수 있게 함께 해주세요.

국민은행 477402-01-195204 예금주 박경석(전장연벌금)

조은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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