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극단적 선택을 한 10명 가운데 5명은 정신건강 문제와 신체건강 문제가 원인이 돼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013∼2017년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6만4124명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주요 원인, 다빈도 지역 등을 분석한 ‘5개년 전국 자살사망 분석 결과 보고서’를 발간한다고 29일 밝혔다. 분석 대상은 경찰 수사 기록상 사망 원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분류된 이들로, 수사 의뢰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3년 1만3851명에서 2017년 1만1690명으로, 연평균 540명씩 감소했다. 주요 원인은 정신건강 문제가 36.1%(2만3150명)로 가장 많았고, 경제 문제 19.5%(1만2504명), 신체건강 문제 17.4%(1만1159명)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성 사망자 수는 5개년 평균 9029명, 여성 사망자 수는 3796명이다. 생애주기별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을 보면, 노년기 발생률이 평균 51.4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장년기(32.4명), 중년기(27.7명), 청년기(18.1명) 순서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전수조사 자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연계·분석해 사망자가 2002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이나 만성신체질환으로 치료한 이력이 있는지도 분석했다. 이는 매년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되는 건강보험 정보가 없는 570명을 제외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6만3554명을 연계한 결과다.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3만6040명으로 전체의 56.2%를 차지했다.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215.5명으로, 전체 발생률(25.2명)보다 8.6배 높았다. 전체 정신질환 가운데 우울장애가 22.3%(1만8230명)로 가장 많았고, 수면장애 20.1%(1만6391명), 불안장애 15.8%(1만2887명)가 뒤를 이었다. 질환 대비 10만명당 발생률을 보면, 정신활성화물질 사용장애(2129명), 성격장애(1074명), 알코올 사용장애(903.4명) 순으로 확인됐다. 우울 증상과 알코올 사용문제의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본인의 직접적인 호소나 주변의 관찰로 증상이 진술된 것에 견줘 도움을 받거나 의료기관에 방문한 경우는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전체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고혈압·당뇨병·암·간질환 등 만성신체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사망자는 5만2344명으로 전체의 81.6%에 달했다. 세부 질환을 보면, 신경계 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사망자 수가 18.6%(3만765명), 관절염 17.2%(2만8515명), 고혈압 13.3%(2만2011명)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질환들은 일반 인구에서도 빈번하게 진단되므로, 보고서는 질환 대비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인구 10만명당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 발생률은 호흡기결핵이 550.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간질환 240.9명, 암 230.6명 순이었다. 만성신체질환 중에서도 호흡기결핵이나 간질환, 암과 같이 치료 과정에서 강도 높은 통증을 수반하는 질환이 극단적 선택과 더 연관성이 크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들의 건강보험료 소득분위구간별을 분석한 결과, 발생률은 의료급여 구간(43.5명), 건강보험 하위 구간(30명), 중위구간(24.6명), 상위구간(19.1명) 순으로 나타났다. 또 건강보험료 분위 구간 변화를 살펴보면, 분위 구간이 하락한 경우(41.9명), 상승한 경우(36.9명), 유지된 경우(35.1명) 순으로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 경제 수준의 악화가 극단적 선택에 일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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