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정체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 지난 1월13일 낮 서울 마포대교에서 바라본 눈 쌓인 한강 위로 미세먼지 뿌연 하늘이 펼쳐져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임신 기간 중 고농도 초미세먼지(PM 2.5)에 노출된 임신부가 출산한 아이는 성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정책 연구용역 ‘소아 호흡기·알레르기질환 장기추적 코호트’ 과제 연구를 통해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는 5살 아동 440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초미세먼지 노출 영향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임신 중기(14∼26주)에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출생 체중 저하 위험도가 1.28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출 농도가 높을수록 특히 여아에서 출생 및 생후 5살까지의 성장 궤적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미세먼지 노출 농도가 높고 출생 체중이 적은 여아 신생아군에서는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ARRDC3’ 유전자의 메틸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중이 적은 여아에서도 이 유전자의 메틸화가 증가했다. 디엔에이(DNA) 메틸화는 디엔에이 아미노산에, 화학적 구조인 메틸기가 결합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 작용은 발생·발달, 엑스(X)염색체 비활성화 등 정상 세포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틸화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이상 조절현상, 즉 과메틸화가 될 경우엔 문제가 생기며 주로 암세포와 종양조직에서 과메틸화가 흔하게 관찰된다.
질병청은 “이 연구 결과는 적절한 관리를 통해 임신 중기 초미세먼지 노출을 줄여 ARRDC3의 후성유전적 변화를 예방할 수 있다면, 출생 이후 자녀의 성장 저하 위험도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보건·환경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지난 7월 온라인판으로 먼저 게재됐고, 이달 중 공식 게재될 예정이다.
정은경 청장은 “임산부 및 가족들은 임신기간 중 미세먼지 농도변화에 관심을 갖고 특히 임신 중기에는 초미세먼지가 많을 때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외출 시에는 보건용 마스크 착용, 실내에서는 주기적 환기 및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등 초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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