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368명 늘어 누적 확진자가 39만719명이라고 밝혔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 10일 460명으로 국내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은 수치로 집계된 뒤 전날 473명에 이어 이날 475명으로 늘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우리는 모두 네 차례의 유행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2월 대구·경북에서 신천지를 중심을 한 1차 유행, 지난해 8~11월 광화문 태극기 집회를 계기로 한 2차 유행, 지난 겨울 요양병원과 동부구치소 등이 중심이 된 3차 유행, 지난 7월부터 델타 변이 확산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4차 유행까지. 역대 확진자 수를 그래프로 그려 보면, 산맥이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봉우리 4개가 두드러지게 서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최근 유럽에선 다시 ‘5차 유행’이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이번 겨울에 다시 큰 규모의 5차 유행이 닥쳐올 것이라 입을 모아 말합니다. 최근 연일 역대 최다 규모로 나타나는 위중증 환자를 보며, 이것이 5차 유행의 전주곡이 아닌지 불안해집니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기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과연 이런 ‘n(엔)차 유행’을 나누는 기준이 있을까요? 이런 1~4차 유행이란 용어는 정부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먼저, 과거에 정부가 새로운 유행을 선언했던 당시에 이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찾아봤습니다.
지난해 8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끈 광화문 집회로 2차 유행이 촉발되었는데요. 지난해 7월30일 18명까지 떨어졌던 확진자가 8월16일 279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날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현재 양상은 대규모 재유행의 초기 단계로 보인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2차 유행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한동안 언론들은 “2차 유행 우려”라고 표현하며 2차 유행임을 확정해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3차와 4차 유행 때도 정부에선 새로운 유행을 선언하면서도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20일 윤태호 당시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 반장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경우 지역사회의 유행이 본격화되며 대규모 유행으로 진행되는 양상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고, 지난 2, 3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확진자는 348명으로 한 주 전 100~140명이던 확진자가 두 배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는 어떤 이유로 3차 유행이라고 판단했는지 질문을 받자, 윤태호 당시 방역총괄반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유행 양상이 뚜렷하게 세 번째 큰 유행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환자의 증가 추이도 커지고 있지만, 감염재생산지수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고, 집단감염의 발생 양상도 며칠 사이에 작은 집단감염이 다수 발생하는 양상으로 볼 때 이 감염 확산은 계속 확산될 여지가 큰 유행의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답변에서 느낄 수 있듯이, 특정 기간에 평균 확진자가 두 배(더블링)가 된다던지 하는, ‘n차 유행’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1월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 이후 4차례 유행을 겪어왔다. 관계부처 합동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4차 유행 때도 비슷했습니다. 지난 6월 말 400~600명대이던 확진자가 지난 7월7일 1211명으로 갑자기 두 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이날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브리핑에서 “현재 세계 변이 바이러스 유행 상황에서 아마 수도권 확진자 증가에 따라 4차 유행의 초입에 진입하는 단계라고 정부는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그보다 3개월 전 정부 브리핑에서 “4차 유행에 진입하는 초기 양상을 보입니다”(4월9일)라고 밝힌 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직전엔 400~500명이던 확진자가 600~700명대로 늘자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인데, 이후에도 6월까지 이 숫자는 비슷하게 유지돼 결국 ‘4차 유행’이 아닌 3차 유행의 장기화로 평가됐습니다. 현재 상황이 새로운 유행의 시작인지를 판단하기는 꽤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4차 유행 중이던 지난 9월25일엔 추석 직후 검사가 몰려서 3242명이라는 역대 최다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입니다. 평소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확진자가 늘었지만, 곧바로 다시 1000~2000명대로 줄어든 채로 유지돼 새로운 유행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습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유행을 나누는 기준을 묻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행을 나누는 기준은 없다. 확진자 그래프가 올라갔다가 이전으로 돌아오는 것이 하나의 유행 단계라고 이전엔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상황을 보고 우리도 4차례 유행을 겪으면서, 이제는 한 번 유행하면 확진자 수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를 최저선으로 두고 다시 올라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달 중으로 전 국민 접종완료율은 80%를 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에 5차 유행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 중 1천만명에 이르는 미접종자들이 있고, 접종자 중에서도 초기에 접종한 고령층 등을 중심으로 돌파감염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12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년 1월에는 5차 유행이 올 가능성이 높다”며 “올겨울에 만명 단위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지난 8월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국민 70%가 올해 11월 접종을 완료해도 5차 유행은 올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지난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계산으로는 돌파감염자 300만~400만명, 미접종자 600만~700만명의 추가 감염이 예상된다. 최소한 매일 1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해야 3년 이내에 더는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는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석대로 하루 5천명, 1만명을 넘어서는 확진자가 나오는 때가 되면 5차 유행이 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는 향후 유행을 잘 예측해서 의료체계 확충과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의 방역 체계를 재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 중에서도 지금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던 분들은 지금이라도 접종을 받고, 고령이신 분들은 현재 진행 중인 추가접종을 꼭 받아 자신과 주변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