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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일상회복 뒤 2배 치솟은 치명률…정부, 뒤늦게 공개해 신뢰 잃어

등록 2021-12-21 04:59수정 2021-12-21 14:27

방대본 “11월 치명률 1.12%”
확산 심각성 보여주는 지표
중환자 병상 현황도 불투명
지난 9일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설치된 방역수칙 안내 모니터에 최근 확진자 수 그래프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설치된 방역수칙 안내 모니터에 최근 확진자 수 그래프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신규확진자·중환자가 급증하면서 연일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나빠지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확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치명률을 뒤늦게 공개했다. 하지만 중환자 병상 현황 등은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방역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1월 치명률이 1.12%라고 20일 밝혔다. 일상 회복 직전인 10월(0.64%)에 견줘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치명률은 ‘감염 환자 가운데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로 방역 성과를 즉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다. 11월은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한달 사이 신규 확진자가 3000명 가량 늘 정도로 코로나 확산세가 거셌던 시기인데, 11월 치명률이 12월 말에야 공개된 것이다.

정부는 11월 치명률은 공개하지 않은 채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의 치명률이 나빠졌다’는 언론의 지적을 부인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뒤 방역을 완화한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의 치명률이 나빠졌다는 보도에 대해선 “정확한 치명률을 파악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변을 미뤘다. 지난 9일엔 “한국의 치명률이 주요 국가 중 두번째로 높은 것이 맞는지” 묻자 “사실이 아니다”며 4일 기준 누적 치명률은 한국 0.8%로 미국 1.6%, 영국 1.4%, 독일 1.7%, 스페인 1.7%, 일본 1.1%, 캐나다 1.7% 등에 견줘 낮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말한 누적 치명률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체 기간을 포함한 수치로,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나빠진 국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수치였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11월 치명률은 환자 개개인의 임상결과를 추적해서 학계에서도 인용할 수 있는 엄밀한 지표이긴 하지만, 급변하는 감염병 유행 상황을 빠르게 보여주진 못한다. 실제 국제 통계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코로나19 데이터를 분석해 18일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12월8일 이전 1주일 확진자 수 대비 12월18일 이전 1주일 사망자 수)이 1.2%라고 밝혔다. 주요 국가(미국 1%, 일본 0.8%, 독일 0.76%, 영국 0.23%, 싱가포르 0.4%)에 견줘 높은데, 아워월드인데이터의 통계가 한국 상황을 더 빠른 시간 안에 보여주는 셈이다.

치명률뿐 아니라, 정부는 시설 감염자의 사망률 통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증가의 원인을 요양병원 등 시설에서의 돌파·집단감염으로 분석하면서도 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고령 인구가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목숨을 잃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요양병원도 의료기관이라고 말하지만,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요양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곳’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1천명을 넘어선 위중증 환자를 치료할 중환자 병상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정확한 자료를 발표하지 않는다. 언론의 요청이 반복되자 “8월 이후 5차례 행정명령에 따른 중증병상 및 준중증병상 목표병상으로 630병상(62.1%)이 확보됐다”고 답했다. 중환자 병상과 준중환자 병상을 따로 발표하지 않고 섞어 설명하면서 동원 병상 수를 부풀렸다. 하지만 일상 회복(11월1일) 이후 중환자 병상은 254개 느는데 그쳐 1337개로 확인됐다. 정부가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중환자 병상 1337개도 보건 관계자들은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들을 다 받을 수 없는 병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병상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일선 현장에선 입원할 병상을 찾지 못하는 중환자가 속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역당국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는 정책 대응력과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공개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신뢰도 잃고 있다”며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과 관련해서도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심이 된다고 보내면 질병관리청에서 인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렇게 되는지 보다 투명하고 빠르게 자료를 공개하면 백신에 대한 신뢰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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