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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구급차 출산’에…정부, 뒤늦게 “확진자 분만 병상 따로 지정”

등록 2021-12-21 16:52수정 2021-12-22 02:32

음압분만실 등 전국 병원 10여곳뿐
그나마도 절반 이상이 수도권 쏠려
서울 성북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카트가 비어있다. 한겨레 자료
서울 성북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카트가 비어있다. 한겨레 자료

전국에 코로나19 감염 임신부가 응급분만을 할 수 있는 병원이 10곳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임신부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는 일까지 발생하자 정부는 뒤늦게 확진자 응급분만 병상을 따로 지정하기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설명을 21일 종합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응급 분만할 수 있는 병원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전국에 10여곳이다.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몰려 있고, 나머지 14개 광역시도엔 칠곡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3~4곳에 불과하다.

확진자 응급분만 병원이 적은 까닭은 시설·장비·인력 등에서 응급분만 여건을 갖추기 쉽잖은 탓이다. 우선 코로나19 전담 병상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 임신부와는 동선이 분리돼야 한다. 또 분만할 음압수술실도 갖춰야 한다. 갓 태어난 아이를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를 할 중환자실도 필요하다. 이런 시설을 갖춘 병원들은 중증 환자를 돌보는 상급종합병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도권 5~6곳 등 전국에 10곳 남짓한 상급종합병원만 코로나19 확진자 응급분만을 맡는 실정이다. 더구나 항상 응급분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해당 병원도) 중환자 병실이 비어 있어야 한다. 가급적 그 병원들 중심으로 (출산하는 산모들을) 배정을 해왔는데, 중환자 병실이 비지 않은 경우 배정이 늦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니 임신부 확진자 응급이송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중수본 관계자는 “수도권 임신부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전원했는데, 충북하고 경북 쪽으로 전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는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는 임신부 확진자가 코로나19 전담병원 16곳에 연락했으나, 임신부 응급분만이 가능한 곳이 없었고 결국 구급차에서 아기를 낳았다. 지난 13일에도 경기도의 한 임신부가 응급분만이 가능한 곳을 찾다가 최초 신고 10여 시간 만에 입원하기도 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 산모 이송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응급분만 시기가 늦어지는 일이 지속해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확진자 출산도 잦아진다. 박향 반장은 “분만 산모가 하루에 2~3명 나오기도 한다. 일주일에 (평균) 2~3건 이상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임신부의 응급분만을 위한 병상을 별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신부 병상을 중환자 병상에 포함하지 않고, 병상을 따로 지정해 운영하는 방안이다. 현재까진 임신부 확진자가 입원 가능한 별도 병상을 관리하지 않았다. 중수본 관계자는 “예를 들면 어떤 병원에 3명 정도는 (임신부) 받을 곳을 비워달라고 지정하는 것이다. 응급분만 병상을 지정한 뒤, 이곳에 환자가 있고 이곳 병원에는 여유가 있다는 걸 아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119상황실이 응급분만 상황 때 병원마다 전화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다.

조금준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산부인과)는 “지정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역량을 강화해줘야 한다”며 “예를 들면 한 병원을 산모를 볼 수 있는 병원으로 지정하면, 조산·미숙아를 볼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볼 수 있는 의사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임재희 안태호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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