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강남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접수마감을 알리는 안내판 모습.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한 미국·영국 등 해외 국가들은 한달여 만에 유행이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확진자가 적었던 한국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긴 유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26일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1일 처음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확인된 미국에선 올해 1월12~16일 일주일 평균 확진자가 80만명 안팎에 달한 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점까지 43~47일이 걸렸다. 지난해 11월27일 첫 확진자가 나온 영국은 40일째인 1월5일 일주일 평균 확진자가 18만2000명대로 정점을 찍었다. 확진자가 9만2000명대까지 줄어든 19일부터는 재택근무 권고와 실내 마스크 착용, 백신패스 등 방역 조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시점으로부터 유행이 정점에 도달하는 기간은 27일 정도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신규 확진자 수가 전주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날부터 정점을 지나 전주보다 10% 줄어든 날까지 기간을 분석했더니,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하우텡주는 31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 지구는 30일, 프랑스 파리는 24일, 영국 런던은 23일이 걸렸다.
하지만 이들 사례로 한국의 오미크론 유행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미국·영국 등에 견줘 코로나19 감염자가 현격하게 적고, 상대적으로 3차 접종률이 높기 때문이다. 첫 사례 발견 이후 보통 3주 만에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던 주요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12월1일 첫 확진자 발생하고 우세종이 되기까지 7주 이상 걸렸다. 영국과 미국은 앞선 대규모 유행으로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가 약 23만4474명과 21만5495명으로 1만4618명(24일 기준)인 한국보다 많다. 지난해까지 우리와 확진자 발생률이 비슷했던 호주는 오미크론 확산 이후 확진자는 물론 1월 초부터 사망자가 급증했는데, 전체 인구 대비 3차 접종률은 24일 기준 26.3%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영국 등이 짧고 굵은 유행을 겪었다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긴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도 있다고 기대하지만, 오미크론 확산 연착륙을 시도 중이다. 그동안 감염자가 적었던 탓에 미국 등과 같은 급격한 대유행을 겪을 경우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6일 “오미크론 전환기의 방역목표는 전환기간의 유행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며 “중증환자와 사망피해 최소화, 의료체계 붕괴 방지, 사회경제적 피해 최소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호흡기내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데 두 달이 걸렸다. 국민들이 마스크를 잘 쓰고 접종률도 성인 2차 접종률이 96%에 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정점까지 올라가고 내려오는데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유행 상황에 대비할 것을 조언한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우리는 마스크도 잘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데다, 3차 접종률도 50%를 넘었는데 이런 점들로 우세종화되기까지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며 “(오미크론 유행 양상이) 짧고 굵게 갈지, 길게 펼쳐질지는 여러 변수가 있어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