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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코로나 ‘독감처럼’ 관리하겠다는 정부…전문가 “잘못된 신호 우려”

등록 2022-02-06 17:18수정 2022-02-07 02:03

방역당국 “엔데믹 되면 계절독감 유사”
각국 예시 들며 “향후 검토” 발언
전문가들 “최다치 경신중…시기상조”
“미접종 치명률·의료부담 지켜봐야”
백신·치료제 안정 확보 우선 강조
6일 오후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선 모습. 연합뉴스.
6일 오후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선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안정화되면 코로나19를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며, 독감과 같이 환자를 일일이 관리하지 않는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은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백신·치료제가 나와야 가능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4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2주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며 “유행 상황의 의료체계 여력, 최종 중증화율·치명률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장기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엔데믹’(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자리잡았을 때 독감처럼 관리하겠다는 방역·의료체계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거리두기나 단계적 일상회복 체계 방향과 관련해 ‘계절 독감’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단기간에 계절 독감 수준으로 관리체계를 바꾸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부의 계절독감 발언 이후 정부가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연일 신규 확진자 수가 최다치를 갱신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런 우려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오미크론 유행 정점을 확인한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이 정도면 일상 체계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방역 조치를 해제하고 있다”며 “일상 체계라는 것이 결국 엔데믹이 되고 계절 독감과 유사한 수준이 될 텐데 우리나라도 그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행 상황은 확진자 급증과 달리 위중증 환자·사망자는 감소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1월30일부터 2월5일까지 1주간 하루 평균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약 2만2656명으로 그 전주(1월23∼29일) 약 1만1873명 대비 9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입원 환자 수도 약 886명에서 1207명으로 36.2% 늘었다. 반면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 규모는 하루 평균 369명에서 272명으로 1주 사이 100명 가까이 줄고 주간 사망자 수도 183명에서 146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당장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계절 독감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1월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분석을 보면 오미크론 변이 감염 시 위중증률은 0.42%, 치명률은 0.15%로 치명률이 0.8%인 델타 변이에 비하면 낮은 수준인 건 맞지만 질병관리청 추정 0.04∼0.08%로 0.1%가 안 되는 인플루엔자보다는 높다. 게다가 아직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지 2주도 채 안 됐다. 3차 접종 등으로 감염 및 중증·사망 위험을 예방해 온 60대 이상 고령층 확진자 수도 5∼6일 이틀 동안 하루 4000명이 넘었고 전체 확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월17일 이후 19일 만에 한 자릿수에서 10%대로 상승했다.

실제 계절 독감 방역·의료체계는 현행 거리두기 완화나 단계적 일상회복 수준을 넘어선다. 흔히 계절 독감이라고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이다. 매일 발생하는 확진자를 전수 조사하는 코로나19와 달리, 질병청은 인플루엔자에 대해선 전국 200개 의원에서 보고한 의심 환자 발생률을 보고 유행 상황을 관리한다.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4월 유행에 앞서 65살 이상 노인과 소아,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감염되면 병·의원에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한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조정이나 멈췄던 단계적 일상회복을 재개 검토는 가능하지만 그마저 1∼2개월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기적인 방역 조치 완화 역시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에 도달하고 의료체계 여력 등이 갖춰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예방의학과) 교수는 “엔데믹화나 일상 회복을 고려한다는 차원에서 계절 독감처럼 대응하겠다면 전제 조건이 붙는다”며 “지금은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점으로 유행 정점을 확인해야 하고 미접종자 치명률, 의료체계에 가는 부담 등도 확인할 필요가 있어 한두 달 정도 뒤에 언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계절 독감처럼 관리 가능한 감염병이 되려면 백신 예방접종과 치료제 처방도 지금보다 주기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독감처럼 관리한다는 건 백신을 접종하고 비교적 처방이 쉽고 효과가 상당히 좋은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로 관리한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오미크론 과정 중에 독감처럼 관리하려면 1년에 한번이나 두번 맞으면 되는 백신이 있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처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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