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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오미크론 스스로 검사하고, 양성 땐 동네의원서 치료해야”

등록 2022-02-24 04:59수정 2022-02-24 08:04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 기고]
오미크론 대응 체계 바꿔야 하는 이유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자가검사키트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자가검사키트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된 지 한달이 되었지만 정부 대응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보건복지부에서 독감처럼 대응한다고 발표하면, 질병관리청은 치명률이 높아 독감처럼 관리할 수 없다고 다른 목소리를 낸다. 전파력이 높아 역학조사와 격리는 대폭 완화해도 된다고 하면서 강도 높은 거리두기는 계속하고 있다. 지난 12월 중순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한 후 오미크론 대응을 준비할 5주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송한 정부의 대응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정부의 오미크론 뒷북 대응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이나 중증화율·치명률이 독감보다 다소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확진자 수, 방역과 의료 여력 등을 고려하면, 현실은 이미 독감처럼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십만명에 이르는 오미크론을 기존의 ‘1급 감염병’ 수준으로 대응하면, 그로 인한 2차 피해가 오미크론으로 인한 직접 피해보다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열이 난다는 이유로 응급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수술을 받으려다 우연히 오미크론에 확진되어 수술이 미뤄지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미크론에 감염된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을 모두 격리하면 조만간 병원 진료를 포함한 필수 기능이 마비되고 그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주어진 여건 속에서 오미크론 대응 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

정부가 확보한 중환자 병상
하루 32만명 확진까지 감당
현재 병상 부족 가능성 낮아

첫째, 오미크론 확진 검사를 국민들이 직접 하는 자가검사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연구 결과 신속항원검사는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전파할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자를 90% 이상 찾아낸다. 일반 국민이 신속항원검사를 해도 의료인이 한 것과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 일반인과 의료인이 한 검사 결과의 일치율은 양성일 경우 약 90%, 음성일 경우 99% 수준이었다. 국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동네 병·의원을 찾아 헤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대신 자가검사키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국민들이 비용 부담 없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자가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반복해서 검사를 하면 된다.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오미크론 의심 증상이 있고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동네 병·의원에서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현재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면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도 양성일 확률이 약 80~90%에 달한다. 증상이 있는 환자에 한정하면 정확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독감과 마찬가지로 병·의원 진단과 동시에 약 처방이 이뤄질 수 있고, 집중관리를 해야 할 고위험군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진료받은 의사에게 좀 더 정확한 전화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보건소에서 피시아르 검사를 하고 고위험군을 분류하느라 치료가 며칠씩 지연되는 것도 해결할 수 있다. 오미크론 환자 진료를 방역에서 분리해야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다.

셋째, 산모와 응급환자가 열이 나거나 오미크론 환자라는 이유로 진료 거부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오미크론 환자 진료에 대한 감염 관리 수준을 대폭 완화하고, 보건복지부는 대학병원과 감염병 전담병원은 오미크론이 의심되거나 확진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병원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의료인과 경찰, 소방과 같은 사회 필수인력은 확진되더라도 증상이 없으면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가령 의료진을 격리해서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환자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기저질환이 없고 고령층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이런 변화로 이행하는 데에 다행스러운 것은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일단은 독감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오미크론 환자 치명률은 0.13%로 독감(0.04~0.08%)에 비해 높지만, 백신 접종자에게서는 독감보다 오히려 낮다. 이제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청장년층에서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0%다. 오미크론 확진자와 사망자 수도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오미크론 유행의 확진자 수는 독감 환자와 비슷한 약 300만~400만명, 사망자는 약 3000~4000명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온 국민이 마스크 잘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올겨울 독감 환자는 코로나19 이전의 5% 수준으로 낮아졌다. 마스크 쓰기 등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오미크론과 독감을 함께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진단·약처방 동시 이뤄지면
고위험군 집중 관리에도 도움

오미크론을 독감처럼 관리하면서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부분은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다. 현재 오미크론으로 인한 위중증 환자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적어 확진자 급증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로 하루 30만명이 넘는 확진자까지는 감당할 여력이 있다. 이제까지 오미크론 위중증 환자 발생 양상을 근거로 추정하면, 정부가 확보한 2600개 중환자 병상으로 하루 확진자 32만명까지 감당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중환자 병상 부족이 재현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편이다.

오미크론 확산 이후 지금까지 정부 대응이 혼란스러우니 정부의 지침에 따라야 하는국민은 혼란과 고통을 피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선별검사소의 긴 대기줄,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보건소와 병원 상담센터, 코로나19 검사 후 며칠이 지나야 겨우 받을 수 있는 치료제, 열이 난다는 이유로 코로나 환자라서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를 타고 떠도는 산모와 응급 환자. 모두 혼란스러운 오미크론 방역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코로나19로 확진되어도 정부가 해주는 것이 없으니 국민들은 증상이 있거나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피시아르 검사를 받지 않는다. 일부 보건소와 상담센터는 폭주하는 문의전화에 아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고 한다. 병원은 보건소와 연락도 잘 안되고 환자를 마땅히 보낼 곳도 없으니 격리기간 7일 동안 퇴원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환자를 입원시킨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오미크론 방역에서 온 국민이 각자도생하는 모습이다. 오미크론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다 생기게 될 피해는, 팬데믹으로 인한 천재가 아니라 상황 변화에 걸맞은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인재가 될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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