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의료기관과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시행이 잠정 중단된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관계자가 ‘큐알(QR)인증 기기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월1일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4개월 만에 잠정 중단한다. 오는 4월1일 시행할 예정이었던 청소년 방역패스도 잠정 철회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3T(검사·추적·치료) 위주 정부의 대응이 바뀐 이후, 주요한 미접종자 보호 대책으로 남아있던 방역패스마저 사실상 중단되면서 일상으로 바짝 다가서는 ‘방역 대전환’을 맞게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8일 “3월1일 0시부터 방역패스는 잠정적으로 중단한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등 상황 변동이 없는 한 계속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월 시행 예정이던 청소년 방역패스도 3월 내 별도 조처가 없는 이상 철회된다. 보건소의 코로나19 음성확인서 발급 업무도 중단된다.
기존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던 11종 다중이용시설은 △유흥시설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목욕장 △경마·경륜·경정·카지노 △PC방 △식당·카페 △파티룸 △멀티방 △안마소·마사지업소 △(실내)스포츠 경기(관람)장 등이다. 이곳에서 유지되던 큐아르(QR) 확인 등 절차는 1일부터 없어진다. 50인 이상 대규모 행사·집회에 적용했던 방역패스도 모두 해제된다. 다만 행사나 집회의 최대 허용 규모인 299인 제한은 유지된다. 백화점·대형마트,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는 지난달 18일부터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서 제외됐다. 방역패스와는 별개로 사적모임 6인·영업시간 오후 10시 제한은 3월13일까지 유지된다.
이날 결정으로 ‘미접종자 보호’라는 방역패스의 명분과 실효성은 사라지게 됐다. 손 반장은 “미접종자의 위험성은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미접종자들은 스스로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접종받거나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방역패스가 더 이상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현재 12살 이상의 예방접종률은 94.2%이고, 60살 이상에서도 3차 접종률이 88.2%까지 올라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역패스는 백신접종을 권고하는 전략이었는데, 이제 통하지 않는 것”이라며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유전자 재조합 방식이라 이제 접종을 권고하는 방법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본은 방역패스 중단 배경으로 ‘오미크론 대응 방역체계 개편과의 정합성’을 들었다. 정부는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3T 전략’을 폐기하고, 1일부터는 확진자의 가족까지 격리하지 않고 수동감시만 하도록 바꿨다. 이런 흐름 속에 방역패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남중 교수는 “백신 미접종자가 가족 내 감염을 겪을 때 위험한데, 이 경우에도 현재는 조사를 하지 않는다.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는 가족 내 확진자보다 위험도가 한 단계 아래인 경우다. 위험도가 제일 높은 그룹을 두고, 그 다음 그룹을 막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방역패스 운영에 드는 보건소 업무를 축소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언급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음성확인서 발급 목적으로 (보건소에) 오셔서 검사를 받는 분들이 상당히 많고, 확인서를 발급해야 되는 업무에도 상당한 인력들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 인력들이 앞으로는 확진자 관리와 고위험군 중심의 검사체계 쪽으로 재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준호 전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보건소 인력이 한시적 계약직은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늘어나는 환자에 대해 대비를 해야할 텐데, 이렇게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빠르면 대비를 못한다. 방역패스를 하지 않음으로써 추가적 역량들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으로 인한 지역적 혼란, 정치권과 언론의 문제제기 등도 방역패스 중단의 큰 이유다. 지난 23일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차경환)는 60살 미만 방역패스와 12∼18살 청소년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대구에서는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방역패스를 적용해야 하는 ‘차이’가 발생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4일 대구지법의 결정과 관련해 “현장 혼란이 우려스럽다”면서 “어느정도 안정화되면 방역패스를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항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영래 반장도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방역패스는 미접종자의 감염을 차단하고 미접종자로 인한 감염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제도”라고 답했으나, 며칠 만에 방역패스 중단으로 입장을 바꿨다.
정부의 이런 급격한 입장변화 때문에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3월9일 대선을 앞둔 ‘정치적 의사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더욱 적극적인 방역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방역패스로 인해 안그래도 영업상황이 안 좋은 자영업자들이 인력 문제를 호소했었는데 이 부분은 해소될 것 같아 긍정적”이라면서도 “정부도 지금 대처 능력으로 충분히 오미크론 변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자영업자들의 근본적인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영업시간·집합인원 제한을 당장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이번 방역패스 중단을 계기로 정부는 민간자율형 방역 체계로 전환을 신속하게 모색해 소상공인들에게 온전한 영업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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