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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코로나 ‘의료체계 전환’ 가속화…일반병실에서도 치료한다

등록 2022-03-10 19:12수정 2022-03-11 02:33

전문가용 PCR 양성도 확진으로 인정
1월6일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준중증·중등증병상 모니터에서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월6일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준중증·중등증병상 모니터에서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코로나19 증상이 가벼운 다른 질병 환자들을 일반병실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꾸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 결과를 ‘확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으로 기존 대응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재 1급인 감염병 등급을 향후 하향 조정하기에 앞서 ‘일반 의료체계로의 전환’ 수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확진 환자도 음압 병실과 더불어 일정한 환기 요건을 갖춘 일반 병실(1인실 또는 다인실 공동 격리)에도 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의료기관 감염 예방·관리 지침을 8일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응급실과 수술실, 입원 요인이 있는 혈액 투석실, 1인 분만실에도 적용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 간담회에서 “지정된 코로나19 음압 병실에서만 오미크론 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아서 반드시 일반 의료체계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각 상급종합병원에 정부의 새 지침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빅5’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말부터, 서울아산병원은 10일부터 이 지침을 일부 시행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다른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코로나19 양성이 나왔다고 치료를 안 할 수 없다. 정부가 지침까지 마련했다면 병원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법정 감염병 분류도 달리 하면(감염병 등급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강한 격리 조치를 안 해도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 결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리는 진단시스템으로의 전환을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권 장관은 “신속한 검사와 치료를 위해서는 동네 병·의원 중심의 진단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확진환자를 일반 병실에 입원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꾼 것은 코로나19 확진 환자 급증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인 동시에, 대규모 백신 접종과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달라진 환자들의 입원 양상을 고려한 결정이다.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치료병상 가동률은 10일 60%(61.1%)를 넘었으며 상대적으로 병상이 적은 비수도권은 70.6%까지 올라갔다. 복지부는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 가운데 매일 약 18명이 분만을, 720여명이 투석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국 65개 소아 특화 거점전담병원(9일 기준 실제 운영은 45곳)을 지정하고, 분만 특수병상 160개, 투석 병상 347개를 운영 중이지만 특수 병상만으론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코로나19 증상은 가볍지만 암이나 만성 신부전, 뇌경색 등 다른 중증 질환이 있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인공호흡기,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등 자가 호흡이 어려운 중환자를 위중증 환자로 집계하는데, 1월 말까지만 해도 위중증 환자와 중환자 병상 입원 환자 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1월20일부터 계속 입원 환자 수가 위중증 환자 수를 크게 웃돌면서 이달 7일에는 688명이나 차이가 났다. 그만큼 호흡기 증상이 아닌 질환으로 코로나19 감염 중환자가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환자들은 음압 병실보다 해당 질환 의료진이 일반 병상에서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일반 병실에서 치료하는 방안을 모든 병원에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병동에서 나온 확진 환자를 병동 내에서 진료하는 게 서울대병원은 가능할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선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부 제안에 대해 “완전 계절 독감처럼 가는 건 아니고 중간 단계 정도”라며 “당초 가지고 있던 질환 치료가 더 중요한 환자들은 해당 진료과에서 진료하는 체계로 가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음압 격리가 필요한 1급 감염병에서 하향 조정해 대응 수준을 낮추는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경기도의사회는 최근 보건복지부 등에 공문을 보내 “1급 감염병 대응은 일일 확진자가 몇백명 수준일 때 가능했다”며 “확진된 산모, 아동, 확진과 무관한 여러 응급 질환 환자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제2급 감염병이나 4급 감염병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응 수준을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등급 하향 조정을) 당장 검토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맞겠지만 적절한 시점에 대해선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동네 병·의원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양성 판정자를 유전자증폭(PCR) 검사 확진자처럼 격리하고 먹는 치료제도 처방하는 방안을 11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 이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확진에 사용하는 내용들은 내일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검토를 통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발표는) 내일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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