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시간과 사적모임, 행사·집회, 종교 활동·실내 취식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단계적으로 해제되기 전날인 17일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모습. 연합뉴스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이어 25일부터는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계획’에 따라 방역·의료체계에도 변화가 시작된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제1급 법정 감염병인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분류해 온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2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고시와 진단기준 개정 행정예고를 15일부터 21일까지 진행 중이다. 이는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졌으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아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 기존 규제를 대체하고, 일반 환자가 감염 우려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대응 방향을 틀자는 취지다. 정은경 질병청장도 15일 “방역 및 의료대응체계 전환은 단순한 감염병 등급 조정이나 완화가 아닌 코로나19와 함께 안전하게 일상을 재개하고 일상적인 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며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겨레>는 검사·격리·치료 등 대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시민 스스로 ‘안전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보건소 등 공공부문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는 60살 이상 고령자와 요양병원·시설과 같은 감염취약시설 등 고위험군에 집중하고, 그 외에는 동네 병·의원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는다. 질병청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인 경우 코로나19 확진으로 인정하는 기간을 5월13일까지로 연장했다. 당장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의원급 기준 진찰료 5000원이지만, 감염병 등급 조정과 함께 유행 상황 등에 따라 본인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개인방역 6대 수칙 중 하나로 ‘아프면 검사받고 집에 머물며 고위험군과 접촉 최소화’를 권고했다.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신속항원 검사를 받고, 확인자와 접촉했을 땐 증상이 없더라도 3∼5일 사이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소량의 바이러스를 증폭시켜 증상 발현 전에도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유전자증폭 검사와 달리, 신속항원검사는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아야 항원 단백질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17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은) 증상 발현 전에는 거의 안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미국 논문을 보면 감염된 사람이 바이러스를 배출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3일 정도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이 지난해 11월 오미크론 집단감염 사례를 분석했더니, 최종 노출 후 진단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7일이었고 5일 차에 70%가 확진됐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증상이 있으면 즉시 검사를 요청하지만 증상이 없다면 감염 노출 이후 최소 5일이 지나 검사해볼 것을 권한다.
감염병 등급 조정에 따라 가장 크게 달라질 부분이 ‘격리’ 여부다. 정부는 25일 제2급 감염병으로 분류하더라도 4주 동안 ‘이행기’에는 지금처럼 7일간 법적 격리 의무를 부과하고, 이르면 5월23일 ‘안착기’에 접어들면 7일간 격리를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가볍게 앓고 지나는 분들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심하게 아픈 분들이 쉬지 못할 수도 있다. 쉬지 못하고 일하다보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분이 생길 수도 있다”며 “작업이나 직장 환경에 따라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 때문에 전체 유행을 조절하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어 “어떤 근거로 (격리 의무 해제를) 결정했는지 알 수 없다. 반드시 다시 논의하고 결정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이 올해 1월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바이러스 배양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감염 가능한 수준의 바이러스가 배출된 최장 기간은 오미크론의 경우 증상 발현 후 8일이었다. 오미크론이 우세화된 이후(2.1∼14) 확진자 동거인의 34.6%(20만9682명 중 7만2609명)가 14일 이내 추가 감염됐는데, 이는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약 20%였던 델타보다 1.3배 높다. 이에 질병청도 법적 격리 의무 기간을 7일로 부과하는 한편, 격리 해제 후 3일간은 외출 시 KF94 이상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 방문이나 사적모임은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③치료: “백신 접종·치료제는 기본,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현행 재택치료도 격리 의무가 권고로 바뀌면 중지된다. 대신 확진자 건강 관리를 위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서비스 등은 유지한다. 병상은 이미 중등증 환자가 입원하는 감염병전담병원부터 단계적으로 지정 해제가 진행 중(거점전담병원 제외)이며 안착기에는 국가 지정 입원치료병상, 긴급치료병상, 거점전담병원 등에서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하게 된다. 요양병원·시설 등에는 기동전담반을 제도화하고 고위험군에 대해 우선 입원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을 치료제 물량 등과 연계해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 치료 수단은 중증·사망 위험을 낮춰줄 백신 접종과 치료제 투여다.
문제는 당장 중증환자가 아닌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아프면 쉴 수 있느냐’다.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과 함께 확진된 이후에도 근무해야 하는 사례가 이미 나타나는 가운데, 격리 의무까지 해제되면 아프면 쉴 수 있는 직장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격리 의무가 사라지면 하루 2만원씩 5일간 10만원이 지급되던 생활지원비와 중소기업에 지원되던 유급휴가비 등도 함께 사라진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누구나 생계 걱정 없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이제 막 시범사업을 수행할 6개 시·군·구 선정을 마쳐 7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더욱이 ‘롱 코비드’(코로나 후유증)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은 어떤 변이가 발생할지, 오미크론 재유행이 찾아왔을 때 어느 정도 피해가 있을지 불확실한 과도기”라며 “(격리 의무를 없애더라도)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집에서 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처럼 노동시간이 길다는 건 개인이 감당해야 할 업무가 많고 대체인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질병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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