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실업자 10명 중 8명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울분이나 우울 등 정신건강이 크게 나빠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체감실업자는 추가 취업을 원하는 부분실업자, 잠재실업자 등 일자리를 원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11일부터 20일까지 만 18살 이상 체감실업자 717명을 대상으로 벌인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의 경험과 건강 영향’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설문에 참여한 717명은 ‘실업자’ 26.1%와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36시간 미만 ‘부분실업자’ 25.4%, 구직활동을 했지만 취업이 불가능했거나 구직활동은 안 했어도 취업을 희망하는 ‘잠재실업자’ 48.5%로 구성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체감실업자의 82.9%는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다’(매우 어렵다 31.0%·어려운 편이다 53.1%)고 답했고, 49.8%는 향후 국내 일자리 상황이 나빠질 것(매우 나빠질 것 10.4%·나빠질 것 39.4%)으로 내다봤다. 좋아질 거란 응답은 11.0%에 그쳤다.
코로나19 전후로 삶의 만족도도 크게 떨어졌다.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20일 이전에는 23.1%였지만, 코로나19 이후엔 63.3%로 올라갔다.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대해 ‘나쁘다’라는 응답률도 코로나19 이전 15.2%에서 이후 41.7%까지 증가했다.
특히 체감실업자의 정신건강 심각성은 일반 인구와 비교했을 때 분명하게 나타났다. 자기보고형 우울척도를 통한 우울증 수준 응답 비율을 보면, 체감실업자들은 40.7%로 매우 높았다. 지난 2월 경기도가 일반인 1000명을 조사했을 당시 우울증 수준 응답은 25.1%로, 체감실업자들이 15.6%포인트 높은 것이다.
‘1년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체감실업자는 30.5%였으며, 11.6%는 계획을 했다고 답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6.3%에 달했다. 연구팀은 여성, 30대,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 저소득자, 고졸 이하 저학력자, 이전 직업이 전업주부이거나 판매·영업·서비스직, 4번 이상 다빈도 실직, 실직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경우, 직장의 휴업·폐업·파산으로 인한 실직인 집단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설명했다.
체감실업자 가운데 실제 실직을 경험한 사람은 572명이었다. 이들에게 실직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을 물었더니 28.4%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직접적 13.5%·간접적 14.9%)고 답했다. 82.2%는 6개월 이상 장기 실업 상태라고 답했으며, 평균 실업 기간은 약 3년3개월(39.45개월)이었다.
유명순 교수는 “체감실업자의 정신건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취약층에게 더욱 가혹하고 그런 만큼 이들에게는 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으로 체감실업자의 고용 촉진과 정신건강 회복을 도울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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