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취약한 삶…장애인 5명 중 4명 “우울감 느껴”

장애인 103명 등 설문조사
70%는 생활 어려움도 경험

지난해 12월 부산시청 등대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기간 동안 장애인 5명 가운데 4명이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가 많을 수록, 장애가 심할수록 우울감이 커졌다.

19일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실시한 ‘장애인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개발을 위한 설문조사’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78.6%(81명)의 장애인이 코로나19 시기에 우울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우울한 편이었다는 답이 69.9%로 가장 많았고, 매우 우울하다는 8.7%였다. 전혀 우울하지 않다는 21.4%에 불과했다. 우울 수준은 7점 만점에 평균 4.54점이었다. 이번 조사는 개발원이 지난해 12월14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장애인 당사자 103명, 장애인 가족 101명, 서비스 종사자 120명 등 총 32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나잇대가 높아질수록 우울 수준이 높아졌다. 우울하다는 답이 40대가 100%, 50대 이상이 90%로 심각했고, 30대 80%, 20대 69.2% 수준이었다. 중증장애인은 85.3%가 우울하다고 답해 경증장애인 75.3%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23.5%가 ‘매우 우울하다’고 답해, 같은 답변이 1.4%인 경증장애인보다 더 심각한 우울을 경험했다. 주거유형별로 살펴보면, 1인가구는 41.7%가 ‘매우 우울하다’고 답했는데 다인가구 응답자(4.4%)의 10배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끊어지면서 1인 가구가 더 심각한 고립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시기 생활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엔, 장애인 71.3%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매우 어려워졌거나 다소 어려워졌다고 답한 경증장애인은 73.9%로, 중증장애인 64.5%보다 많았는데 연구진은 중증장애인에 비해 일상생활이 자유로웠던 경증장애인이 코로나19로 제약이 많아지면서 어려움을 더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우울과 어려움을 느끼는 건 장애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족 응답자 101명 중 79.2%가 매우 우울(11.9%)하거나 우울한 편(67.3%)이라고 답했다. 79.2%가 코로나19 시기 돌봄 부담에 어려움을 느꼈는데, ‘매우 어렵다’가 41.6%로 절반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이후 장애인들의 우울 수준과 일상생활 어려움이 전반적으로 증가함을 보여준다”며 “장애인의 생활에 위험 요인 역시 증가함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재희 기자 [e-mai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