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이 완연한 감소세로 접어든 가운데 방역당국이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최종 양성으로 계속 인정할지, 유전자증폭검사(PCR)로 돌아갈지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숨은 감염자로 인한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정확한 유전자증폭검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과 신속항원검사를 유지해 ‘진단-치료제 처방’ 속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엇갈린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26일 하루 잠정 유전자증폭검사 건수는 26만6126건이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정점 당시 하루 100만건을 넘기기도 했던 검사 건수가 3월 중순에 견주면 4분의 1, 하루 최대 검사 역량 85만건에 견줘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1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도 7만명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방대본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응급용 선별검사 양성 결과를 최종 확진으로 인정하는 현재 진단검사 기준을 연장할지 의료계 등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방역당국은 신속항원검사의 양성예측도가 유행정점기와 비슷한 90%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속항원검사는 감염자가 줄어들면 양성예측도가 떨어지고 감염자가 늘면 양성예측도가 올라가는데, 현재로서는 문제 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갑정 방대본 진단총괄팀장은 “의료기관에서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했을 때 양성 예측도는 90%를 조금 넘는다”면서도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낮은 만큼 성능과 유병률 변화를 같이 보며 5월13일 무렵에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최종 양성으로 인정하는 진단 체계는 3월14일 처음 시작돼 5월13일까지 연장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검사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에 따라 의견이 나뉜다. 박건희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치료에 초점을 맞춘다면 예측도가 떨어지는 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오류라고 생각하고, 신속항원검사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확진 여부를 진단해 먹는 치료제를 처방하기 위함이라면 가짜 양성 우려가 있더라도 신속항원검사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박 단장은 “다른 변이가 나와서 철저하게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7만∼8만원씩 하는 피시아르 검사 비용 대비 효과를 따졌을 때 피시아르 검사만 고집하는 건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반면 숨은 감염자를 찾아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선 유전자증폭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탁 순천향대 교수(감염내과)는 “독감 환자 가운데 중증인 경우에만 피시아르 검사하는 건 지역사회 유행을 백신 등으로 조절하고 조기 치료제 투여로 대응할 수 있어서인데, 코로나19도 그렇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며 “정확히 진단하고 사람들 사이 전파를 방지하자는 측면에선 피시아르 역할이 있다. 유병률이 감소하게 되면 진단 정확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은 피시아르 기반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가 기준보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제품에 대해선 정부가 사후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1만7260원 수준인 신속항원검사료를 시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부담하는 만큼 품질 관리에 소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생산 번호에 따라 성능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사후관리 체계가 없다”며 “진단검사 전문의가 있는 검사실에선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니까 시약을 쓰기 전에 반드시 검증 작업을 거치지만 전문의가 없는 의료기관에선 그렇게까지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