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집단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은 성인이 됐을 때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이 ‘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어린 시절 집단 괴롭힘이 주요 우울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8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역학조사는 18살 이상 성인 4652명(평균 나이 49.8살)을 대상으로 대면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이런 방식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Psychiatry)’ 최신호에 지난 3월 발표됐다.
연구팀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심각한 우울증을 뜻하는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를 겪고 있는 216명을 대상으로 이전에 경험했던 폭력이 현재 우울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자라면서 또는 18살 이전에 집단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51명이었다. 연구팀은 성인이 되어 우울증을 앓을 확률을 비교 분석해 왕따를 겪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1.84배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정서적 방임이나 신체 상해 등 다른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성인 이후 심각한 우울증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과성은 보이지 않았지만, 트라우마 종류가 하나일 때보다 중첩될 때 우울증 발병 위험은 커지는 양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폭력 유형과 상관없이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경험 위험이 3.7배 높았고 5개 이상 트라우마가 있다고 답한 경우 발병 위험이 26배까지 증가한다는 추정치도 나왔다.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왕따와 같은 집단 괴롭힘이 확인되는 즉시 조치가 필요하고 다른 동반 트라우마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조기에 도움을 받는 게 장기간 이어지는 후유증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