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우즈베키스탄발 탑승객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인천공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2급감염병으로 지정한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두창(Monkeypox) 감염 의심환자 2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고돼, 진단 검사가 진행중이다.
고재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소통팀장(질병관리청 대변인)은 22일 자정 “원숭이두창 의심환자가 21일 2건 신고되어 원숭이두창 진단 검사가 진행 중”이라며 의심환자 신고 관련 내용에 대해 이날 오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이어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질병청에서 별도 브리핑을 개최해 조치사항 등에 대해 설명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21일 인천의료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원숭이두창 의심 증상을 보인 감염 의심자가 이날 오후 9시40분께 인천의료원 격리 병상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인천의료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환자 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감염 의심자로 격리돼 정확한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인천시는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인천의료원을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했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지난 5월7일 영국에서 첫 보고가 있은 뒤 풍토병 국가가 아닌 유럽과 북미, 중동 등 세계 각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데이터를 보면 지난 15일까지 전 세계 42개국에서 2103건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보고됐는데, 아프리카지역이 64건(3%)였고, 나머지는 영국(524건), 스페인(313건), 프랑스(125건) 등 유럽을 중심으로 한 비풍토병 지역이었다.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검토하기 위해 오는 23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현재 코로나19와 소아마비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로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은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한다. 증상도 천연두와 비슷해 천연두의 사촌격이라 불린다.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울퉁불퉁한 발진이 전신에 나는 것과 함께 독감과 비슷한 고열과 통증을 동반한다. 발진은 나중에 고름이 가득 찬 물집이 된다. 감염 후 증상이 발현되기까지 잠복기간은 보통 6~13일이다. 증상 지속 기간은 14~21일이며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이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3~6%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에어로졸이라고 하는 작은 비말을 통해 퍼지는 반면, 원숭이두창은 침과 같은 체액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과학자들은 원숭이두창 환자나 환자가 사용한 옷·침구류에 밀접하게 접촉하면 누구나 이 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국외에서 원숭이두창이 확산하자 정부는 지난달 24일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입국 감시 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원숭이두창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 단계로 발령했다. 지난 8일에는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이 질병을 2급감염병으로 지정했다. 2급 감염병은 전파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으로 코로나19, 결핵, 수두 등 22종이 지정돼 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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