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의학자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
함경남도 신흥이 고향인 고인은 1976년 3월 경기도 동두천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와 면역체를 발견했다. 유행성출혈열은 당시 정체불명의 괴질로 유명했다. 이 교수는 자서전에서 1, 2차 세계대전 때 군인 수천 명이 유행성출혈열로 목숨을 잃었고, 한국 전쟁 당시 유엔군 3200명도 이 병을 앓았다고 기술했다. 그는 이 병원체 바이러스를 발견장소 이름을 따 ‘한탄 바이러스’로 명명했다. 1989년에는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1990년에는 유행성출혈열 예방백신인 ‘한타박스’ 개발에도 성공했다. 바이러스 병원체와 진단법, 백신까지 모두 개발해 의학발전과 인류 건강복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때 노벨생리의학상 후보 물망에 올랐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 미네소타대학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족은 아들 성일, 근씨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안암병원, 발인은 7일 오전 11시50분. (02)923-4442.
연합뉴스, 강성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