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신고가 코로나19 유행 전과 견줘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질병관리청(질병청)이 발간하는 ‘주간 건강과 질병’의 ‘2021년 HIV/AIDS 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에이치아이브이 신규 감염인은 975명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2020년(1016명)과 견주면 4% 감소했고,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1223명)과 비교하면 20.3% 큰 폭으로 줄었다. 에이치아이브이는 에이즈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에서 수년 뒤 에이즈로 진행된다.
신고 기관별로 보면 보건소 신고 감소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에이치아이브이 병의원 신고 사례는 712건으로, 2020년(731건)과 2019년(754건)과 견줘 각각 2.6% 5.4% 등 한 자릿수 감소폭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 보건소 신고는 157건으로 2020년(166건)과 견줘 5.4% 감소했지만, 2019년(367건)보다 57.2% 크게 줄었다. 혈액원과 병무청, 민간단체 등 기타기관 신고 건수는 지난해 106건으로 2020년(119건)보다 11% 줄었지만, 2019년(102건)보단 4% 늘었다.
해당 보고서는 에이치아이브이 신고가 감소한 원인으로 ‘코로나19 유행’을 꼽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극복 과정 중
대다수 보건소의 에이치아이브이 선별검사와 익명검진 등 ‘검진 기능 중단’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코로나19 유행은 에이치아이브이 감염인들에게 더욱 불안정한 여건을 조성했고, 치료·관리를 어렵게 하고 질환의 예후도 악화시킨다”며 “질병청은 신고현황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내년도 치료비 지원사업 및 차기 예방관리 대책 마련에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에이치아이브이 감염자 가운데 내국인은 773명(79.3%), 외국인은 202명(20.7%)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897명(92.0%), 여성은 78명(8.0%)으로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352명(36.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 293명(30.1%), 40대 148명(15.2%) 순으로 20∼40대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감염경로는 마약주사 공동사용(1명)을 제외한 나머지 99.8%(532명)는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었다.
에이치아이브이 감염과 에이즈는 전수감시 대상인 ‘제3급 법정감염병’으로, 질병청은 신고현황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매년 해당 신고현황 연보를 발간해 배포하고 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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