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통해 환자 부담을 줄인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초음파 검사 등에 대한 건강보험 지출을 검토해 오는 10월까지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생명 유지·증진에 직접 관련 있는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이나, 질병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보장성 강화’ 노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환자가 100% 부담하던 3800여개 진료 항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건보를 적용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23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구성해 이날 첫 회의를 열어 “10월까지 재정개혁 과제별 세부 추진 방안과 필수의료 복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건보 재정 지출을 정밀 점검해 필수의료 기반과 중증치료 강화”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추진단 활동에 대해 “국민들이 받는 건강보험 혜택은 유지하면서도 재정 지출이 급증한 항목과 과다의료 관리 강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비급여였다 건보 적용(급여화)된 진료 항목을 중심으로 과다 지출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사례로 문재인 케어를 통해 건보 적용된 뇌·뇌혈관 엠아르아이,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검사를 꼽았다. 2021년 뇌·뇌혈관 엠아르아이와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검사에 들어간 건보 재정은 각각 2529억원, 685억원으로 연간 지출 목표치를 23.2%, 37.2% 초과했다. 이 밖에 △연간 500회 이상 외래진료 이용(2021년 528명) △민간 실손의료보험과 비급여 항목 확대·건보 재정 악화 간 관계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기준 등에서 재정 누수가 없는지 살필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 이용을 줄이기 위해 지출 기준을 강화할 경우, 자칫 비급여 항목이 확대돼 국민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지출 기준에 안 맞거나 애매하면 의료진은 처음부터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으로 진료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만큼 건보 재정 부담은 줄어들 수 있어도 국민 진료비 부담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가입자가 지출한 총 의료비 가운데 건보 부담 비중)은 2020년 기준 65.3%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80%에 크게 못 미친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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