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6일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준중증·중등증병상 모니터에서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 유행으로 고혈압·당뇨병 환자 100명 가운데 18명은 치료가 필요함에도 병원을 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유행 시기,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이 지속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코로나19 유행기간 중 소득에 따른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미충족 의료’에 따르면, 고혈압·당뇨병 환자 382명 가운데 68명(17.8%)은 ‘최근 1년 동안 치료·검사가 필요했지만 병·의원에 가지 못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8월 3∼19일 전국 만 19살 이상 고혈압·당뇨병 환자 38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을 진행했다.
병원에 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중복 답변)는 ‘코로나19 감염 우려’(43명)였다.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12명), ‘의료비가 부담돼서’(12명), ‘일을 못 해서 생기는 금전적 손실이 부담돼서’ (10명), ‘교통편이 불편해서’(9명), ‘거리가 멀어서’(3명) 병원에 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의료비 부담과 금전적 손실 등 경제적 부담 탓에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5.0%(19명)였다. 연구진이 조사 대상자 소득을 상·중·하로 구분했더니, 소득 수준이 낮은 ‘하’ 집단은 ‘상’ 집단보다 의료이용을 못할 가능성이 4.95배 높았다. 연구진은 “감염병 유행 기간 미충족 의료(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적절한 시기에 받지 못하는 상태), 합병증 발생으로 인한 건강 수준 저하를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 만성질환자의 지속적인 의료이용을 지원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학술지에 실린 ‘코로나19 발생 전·후의 응급의료이용 변화’ 논문을 보면 2018∼2019년 2년간 한 해 평균 535만4684건이었던 응급실 방문 건수는 2020년 413만3723건으로 22.8% 감소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응급실 이용 건수는 줄었으나, 응급실 방문 1주일 이내 사망자 수는 2018∼2019년 평균 6만6727명에서 2020년 6만8304명으로 2.4% 증가했다. 응급실 방문 1건당 평균 진료비 2020년 183만원으로 2018~2019년 평균 진료비보다 33% 급증했다. 연구진은 “또 다른 대규모 신종 감염병 발생 시 병상, 인력, 의료기술까지도 새로운 감염병 대응에 집중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비코로나19 응급질환에 대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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