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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20대 청년 ‘간병살인’ 내몬 요양병원 간병비 공백, 헌재로

등록 2022-10-24 17:17수정 2022-10-25 02:48

24일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시민·노동단체들은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행정부가 합리적 이유 없이 행정입법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윈심판을 청구했다. 사진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제출하는 모습.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제공.
24일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시민·노동단체들은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행정부가 합리적 이유 없이 행정입법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윈심판을 청구했다. 사진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제출하는 모습.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제공.

유치원 교사 정아무개(51)씨 가족은 올해 초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7개월 동안 간병비로만 2000만원을 썼다. 고관절 수술을 받아 거동이 어려웠던 어머니는 상급종합병원 입원 치료 중엔 건강보험 적용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받았지만, 수술을 받은 직후 요양병원으로 옮기면서 가족의 간병비 부담이 대폭 커졌다. 정씨 어머니는 욕창 때문에 2시간에 한 번씩 몸을 뒤집어 줘야해 간병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4일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할 경우 간병비를 지급하도록 법률이 규정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시행할 하위법령을 만들지 않아 개인 생명권과 재산권 등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 단체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통령과 보건복지부가 행정입법을 하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합리적 이유 없이 행정입법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치료·간병비 부담과 생활고로 뇌출혈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20대 청년 사건을 계기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나섰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26조를 보면 ‘공단은 수급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할 때 장기요양 비용 일부를 간병비로 지급할 수 있으며, 지급절차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지급절차 등을 규정하도록 한 하위법령이 제정되지 않아 국가가 부담해야 할 간병비가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사회에서 간병비 부담 문제는 조속히 해결이 필요한 문제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요양병원 특정에 맞는 간병서비스 모델 마련 등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현재 급성기병원(급성 질환이나 응급질환으로 입원 가능하고 급성기 동안의 치료를 주로 담당하는 병원)중심으로 이뤄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요양병원에도 적용하거나, 간병비를 급여화해 간병인에 주는 지원을 장기요양 재정과 건강보험 재정 등에서 지급하자는 의견들이 나온 바 있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적 입원이 많은 상황에서 간병비만 급여화하는 것보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확대해 의료와 돌봄을 요양병원에서도 책임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간병비 지원 조항에 대해 “법 제정 당시인 2007년엔 요양시설(요양원)이 많지 않아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현금급여를 지급해 요양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서 “현재는 요양시설이 많아졌고, 현금보다 돌봄서비스 우선 제공이 원칙이라 (해당 조항이) 사문화됐다”고 설명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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